김성묘(문화평론가)

10월 9일 한글날은 '쉬지 않는 국경일'이다. 국경일이되 쉬지 않는 다는 것이다. 원래 한글날은 쉬는 국경일이었다. 그랬던 것이 1990년 총무처(현 행정자치부)가 '국군의 날'과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한 개정안을 통과, 오늘에 이른다.

한글은 세계의 석학들도 인정하는 유래 없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세계 문맹퇴치의 대안으로 떠오른 문자이다. 영국의 문자학자 제프리 샘슨(Geoffery Sampson)은 “한글은 알파벳보다 더 진화된 문자이며, 현재 지구상에는 한글보다 더 진화된 문자 체계는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의 언어학자 레어드 다이어먼드(Reeodeu Daieomeondeu)는 “한글은 독창성이 있고 기호 배합 등 효율 면에서 특히 돋보이는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이며, 간결하고 우수하기 때문에 한국인의 문맹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고 극찬했다.

또 시카고 대학의 언어학자 맥콜리(J. Mc Cawley), 네델란드 언어학자 보스(F.Vos), 하버드 대학 라이샤워(O. Reichaurer)교수 등도 앞을 다투어 한글을 우수성을 밝혔고 국제 정음기호 사업 위원회(IPH)는 “컴퓨터와 통신 및 인터넷 등에서 모든 언어에 응용 가능한 한글이 세계 공용문자로서 적합하며 한글의 세계화 가능성은 매우 밝다.”고 천명한 바 있다.
세계가 이토록 격찬하는 한글을 기념한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된 이유는 무엇일까? 쉬는 날이 너무 많다고 판단된 관계로 덜 중요한 기념일을 고르다 보니 선택된 것이다. 주 5일제가 정착된 요즈음 쉬는 날이 많긴 하다.

신정, 설날(연휴), 삼일절, 식목일, 어린이날, 석가탄신일, 현충일, 제헌절, 광복절, 추석(연휴), 개천절, 국군의 날, 한글날, 크리스마스. 과거 공휴일로 쉬었던 날들이다. 그랬던 것이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사라졌고, 국군의 날과 한글날이 제외됐으며, 제헌절은 올해부터 이 대열에 꼈다.

사견이지만 식목일과 제헌절은 그래도 이해가 간다. 지구상에는 200여 개 국이 있지만 문자의 수는 겨우 헤아릴 정도다. 위대한 한글날 기념일이 다른 날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근거가 궁금하다.

한글날은 1446년 세종 28년 음력 9월(양력 10월 9일) 한글 반포를 기념해 정했다. 1926년 일제강점기 때 조선어학회에서 '가갸날'로 명명했다가 28년부터 한글날로 정했다. 북한의 한글날은 1월 15일이다. 1444년 1월 15일, 한글을 창제한 날을 기념한 것이다. 5년에 한번씩 기념보고회로 기념식을 대신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홍장표(한나라당)의원에 의해 한글날을 되돌리는 '국경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하루바삐 통과되어 가족들과 함께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높이는 문화의 꽃인 한글의 우수성을 확인하는 날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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