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죽음'이라는 외침이 진부해진 첨단자본주의 시대에, 고전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일까? 모두가 입을 모두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아무도 고전을 읽지 않는 시대. 과연 우리는 고전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이 의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려준 책 '나의 고전 읽기'가 나왔다. 이 책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10명의 지성인들에게 새로운 형식의 고전 읽기를 부탁해 자신의 인생에서 특별한 의미가 됐던 고전 한 권을 선정, 인생사와 고전 읽기를 한데 엮어 놓은 '고전읽기 실용지침서'다. 먼지 않은 쾌쾌한 고전이 생생하게 되살아나 삶 속으로 성큼 걸어 들어온 것.

영화를 좋아하던 소녀 변영주를 주목받는 영화감독으로 키워낸 '400번의 구타', 파리의 택시기사 홍세화에게 자유와 권력의 함수관계를 알려줬던 '자발적 복종', 아버지의 죽음으로 비탄에 빠진 이주향 교수에게 삶의 의미를 새롭게 알려줬던 '반야심경', 이 시대 최고의 시인 신경림을 길러낸 정지용의 시들, 최고의 베스트셀러작가 공지영에게 '사형'이라는 합법적인 살인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게 해주었던 톨스토이의 '부활'을 비롯해 이 책의 필진들이 권하는 고전은 더 이상 숭배의 대상이 아니다.

- 우연히 회상되어진 과거의 한 순간이 우리를 그토록 희열에 휩싸이게 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 순간이 세월이 흘러도 소멸하지 않는 영원한 현재성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프루스트는 그 순간에, 인생이 짧고 덧없다는 생각이 착각이라는 믿음이 생겼노라고 말했다. (현기영 소설가)

- 사람들은 내게 “어떤 소설가가 되고 싶으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나는 변함없이 “마지막 작품이 그의 대표작인 작가”라고 대답한다. 마지막 작품이 대표작이라는 것은 바로 그 사람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끊임없이 성장했다는 의미다. 자신의 영역을 넓혀간다는 것, 성장한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다. 더군다나 문학적으로 인정을 받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계속 성장을 계속한다는 것은 칭찬해주고 고무해줘야 마땅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톨스토이를 닮고 싶다. (공지영 소설가)

이 책의 저자들이 젊은 시절에 만난 한 권의 고전은 그들의 미래를 결정했고, 인생의 전환기에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제시했으며, 인생의 위기에서 고민을 해결해 줬다. 우리에게 익히 친숙한 저자들이 편안하고 흥미롭게 들려주는 고전 이야기는 '고전은 어렵다'는 편견을 여지없이 깨버린다.

이와 함께 고전 읽기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길러져 나오는 샘의 구실을 해 왔다. 영화 '스타워즈''반지의 제왕''매트릭스'를 보라. 고전 속에서 추출한 문법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상을 창조해 낸 작품들이다. 불교와 도교, 기독교 원전에 대한 지식, 동서양의 설화와 민담, 전설에 대한 지식이 없이는 생산이 불가능한 작품들이다. 고전은 냉혹한 자본주의사회에서도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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