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징금 17조, 벌금 1천만원…뇌물공여는 무죄

서울고법 형사4부(석호철 부장판사)는 3일 20조원대 분식회계 및 9조8천억원 사기대출, 재산국외도피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이 선고된 김우중(69) 전 대우그룹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8년6월 및 벌금 1천만원, 추징금 17조9천253억원을 선고했다.

김 전 회장의 정치인 뇌물공여 혐의는 1심대로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의 회전신용장 보증사기 혐의에 징역 1년을, 대우 등 계열사의 각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지시 및 재산국외도피, 외국환거래법 위반, 영국 런던 BFC(British Finance Center) 부외계정 자금 횡령, 계열사 부당지원 등으로 인한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에 징역 7년6월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우 계열사의 분식회계를 통해 사기대출한 혐의와 관련해 김 전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지시ㆍ공모해 분식회계를 하고 대출금을 편취한 혐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하고, 허위 수입대금을 BFC에 송금해 재산을 국외도피하고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또 재판부는 영국 런던 BFC 부외계정에서 힐튼호텔 투자 및 홍콩 계좌로 임의송금을 통해 대우 자금을 횡령한 혐의와 계열사에 대규모 기업집단 자료제출을 누락하도록 지시해 독점규제법을 위반한 혐의에 관한 김 전 회장의 항소도 기각했다.

1심에서 21조4천484억원이 선고됐던 추징금은 항소심 선고일을 기준으로 환율에 변동이 생겨서 1심 선고 당시보다 줄어든 17조9천253억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의 자산인 대우그룹의 부도로 국민경제에 끼친 영향이 지대하고 그 피해는 금융기관과 투자자를 넘어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끼친 점, 피해를 입은 국내 금융기관이 외국 자본에 넘어가고 협력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은 점, 경영자로서 급변하는 상황을 예측하지 못하고 적절한 판단을 하지 못한 점 등을 감안할 때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며 상응하는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세계 속의 큰 집'을 만들겠다는 꿈만 좇다가 자신이 일궈놓은 대우그룹의 몰락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고통이고 국민 경제에 많은 기여를 한 점, `세계경영'의 꿈은 실현하지 못했지만 그 정신은 경제발전에 일조한 점, 지금은 비록 죄인의 처지로 법정에 섰으나 국민 대부분이 아직 피고인을 국가 위상을 높인 훌륭한 기업인으로 기억하는 점 등을 감안해 형을 감경했다"고 설명했다.

소정선기자 sohjseon@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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