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묘(문화평론가 | krhilly@hanmail.net)


두 달 사이에 25% 정도가 뛰어오를 만큼 고환율시대다, 일반 사람들도 고환율이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촉각이 곤두세우겠지만 무역을 한다든가 해외에 자녀를 보낸 사람은 그야말로 미치고 팔짝 뛸 정도다.
필자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딸이 현재 영국 유학 중이다. 지난 4월에 영국 런던에서 수학 중인데, 그곳의 고물가와 현재의 환율상승은 상상을 초월한다. 런던에 비해 물가가 싸고 조용한 에덴버러 같은 곳이 가면 좋겠지만 첨단문명과 전통문화를 모두 경험하고 싶다고 바락바락 우겨댄 통에 그곳을 택했다.
??내가 아르바이트 해서 용돈은 충당할테니까 보내줄 수 있는 만큼만 보내줘요.??
기실 그렇게 약속하고 보냈다. 집안 형편으로 따지면 쉽게 보내줄 수 상황은 아니지만 영어영문학과인데다가 해외연수가 필수이다피시 한 현실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나마다행인 것은 일년 학비를 선불하여 고환율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영국의 비자조건이 까다로워져 입학허락서와 학비선불이 필수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생활비는 매달 보내는데 딸은 공동부엌 공동목욕탕인 집인데도 일주일에 1백파운드씩 낸다. 차비도 만만찮다. 우리나라로 치면 학생용 정액권이지만 거리마다 차등이 있는지 월 1백파운드 가까이 지불한다. 핸드폰 비용과 합하면 모두 5백파운드 되는 돈이 빠져나간다. 생활비로 보내는 돈이 모두 750파운드니까 250파운드로 끼니를 떼우며, 사람들과 사귀며, 문화를 익혀야 한다.
아르바이트도 쉬운 게 아니었다. 에이전시에 등록해서 하는데 일은 힘들고, 주급으로 지급되는데 제때 나오지도 않는다. 딸은 되도록이면 급료가 박하더라도 본토 영국인과 말 할 수 있는 곳을 택하는데 자동차 경주, 캠프장, 마돈나쇼 등을 다녔다. 캠프장에서는 피자를 굽다가 턱 부위와 팔에 화상을 입는 사고를 겪었다.
문화를 익히는 것도 영어공부 못지않게 중요한데 자랑거리인 뮤지컬과 오페라 박물관 등은 그림의 떡이다. 교재비며 학우들과의 교제, 문화탐방을 제대로 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해진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번 돈으로 메워보지만 쉽지 않는 듯하다.
최근 학교(웨스트런던대 랭귀지스쿨) 최고위반에 편성되어 들어갔다. 공부만큼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대로 예상 이상의 발전을 거두고 있는데, 남 앞에 나서지 않는 보편적인 동양인과는 달리 발표와 질문으로 일관한 덕분으로 여겨진다.
귀국까지는 아직 수달 남아있다. 두 달 전 1950여원일 때 사둔 파운드화가 아직 남아있어 당분간은 안심이지만 촉각은 항상 환율변화다. 딸이 떠날 때 1900여원이었다. 바로 그 다음 달부터 2100여원 안팎으로 오르내리다가 두 달전 반짝 1900원대로 떨어졌다가 이 난리다. 하루바삐 환율이 안정되어 나를 비롯해 모두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어렸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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