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성 한나라당 의원>
우리나라의 고속철도는 정치적으로 추진된 면이 많았다. 1980년대 초 철도청에서 고속철도를 구상하다가 노태우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약으로 경부고속철도건설을 내걸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우여곡절 끝에 노태우 전대통령은 1992년에 기공식을 거행하였고 12년 만에 서울에서 대구까지 완공을 보았다. 또한 영호남의 균형발전이라는 정치적 동기에 따라 호남고속철도도 계획되었고 현재 대구에서 부산까지의 구간과 오송에서 목포까지의 구간이 건설 중에 있다.

경부고속철도 계획이 처음 제안되었을 때에는 우리나라의 국토가 좁아서 몇 시간 안에 어디든 갈 수 있는 터에 엄청난 규모의 예산을 들여가며 건설하더라도 큰 효용이 있겠느냐 하는 반론이 만만치 않았다.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같이 광활한 영토를 가진 나라에서는 고속철도로 여행을 할 필요가 있겠지만 서울에서 부산까지 고속버스나 새마을호로 네 시간 정도에 다다를 수 있는 거리에 비싼 고속철도로 건설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고속도로를 확장하여 자동차 교통을 원활하게 해 주는 것이 더 낫겠다는 시각이 많았던 것이다.

그런데 현재 서울에서 대구까지는 완공된 고속철도를 달리고 대구에서 부산까지는 기존 철로로 달리는 현재의 운행체계에서도 주말이면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승객이 넘쳐나고 있다. 종전에 비행기나 버스 또는 자동차로 다니던 사람들이 신속하고 안전한 고속철도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앞으로 전 구간이 완공되게 되면 승객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며, 그렇게 되면 일부 구간은 포화상태를 면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당초의 정치적 성격과 효용성 논란은 어느 새 없어지고 장거리대중교통의 총아로 떠오른 것이다.

고속철도로 승객이 몰리는 현상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우선 대중교통수단이라는 점이다. 자동차에 의지하던 사람을 흡수하게 되면 한 두 사람이 어디를 가기 위하여 무거운 자동차를 움직이는 것에 비하면 에너지 소비 면에서 엄청난 이점이 있게 된다. 비행기나 버스를 이용하는 경우에 비해서도 전기를 쓰고 있는 고속철도의 경우가 에너지를 덜 소비하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화석연료는 점차 고갈되고 이로 인해 국제 석유가격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인류가 오랜 동안 번영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를 하루속히 개발하여야 한다. 이미 오래 전부터 풍력, 조력을 이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요즈음 태양광을 에너지화하는 기술이 큰 진척을 보이고 있다. 현재 전기에너지를 대부분 원자력에서 얻고 있으나 조력, 풍력, 태양광 등에서 전기에너지를 얻는 비율이 점점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전기에너지를 곧바로 쓸 수 있는 것은 고속철도뿐이다. 그래서 고속철도는 미래형, 환경친화형의 교통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철도교통은 장려되어야 마땅하고 이러한 점에서 마침 고속철도 이용객이 많아지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중부내륙고속철도는 낙후된 충북, 경북지방의 발전에 결정적으로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근대화의 시기에 철도, 고속도로가 충남 천안과 대전을 거쳐 김천으로 건설되는 바람에 충북과 경북 북부지역은 개발의 대열에서 소외되었고 급기야 낙후지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농현상이 있기도 하였지만 서해안지역은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인구가 증가하는 곳이 있는 반면 경북북부 지역은 전성기에 비해 5분의 1까지 줄어들고 발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중부내륙고속철도는 서울남부를 출발하여 이천(여주), 장호원, 충주, 문경을 거쳐 경북도청 후보지(안동과 예천의 접경지역)를 경유하여 대구로 통하게 하는 노선이다. 이제까지 개발에서 소외되었던 주요지역을 경유하는 획기적인 노선인 셈이다.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제창하고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거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도 서해안과 남해안을 두르는 이른바 'L'자형 개발이 핵심이어서 경북북부 지역은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어 있다.

중부내륙고속철도는 이러한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충북과 경북 북부 지역은 개발이 되지 않은 탓에 청정지역으로 남아 있게 되었고, 이것이 환경시대에 각광을 받고 있으나 수도권 밀집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청정지역'으로 손쉽게 접근할 수가 없어서 안타까웠는데 중부내륙고속철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최적의 수단이 될 것이다. 서울 남부지역에서 출발하여 경북 북부지역까지 한 시간 정도에 도달할 수 있게 되므로 수도권 지역 시민이 편리하게 전원생활, 청정지역관광을 누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대도시 주민과 농촌 지역 주민이 상생을 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대도시 주민은 쉽게 전원의 쾌적한 환경을 접할 수 있고, 농촌지역 주민은 대도시 주민을 상대로 관광장소 제공이나 농산물 판매를 통하여 소득을 높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구에서도 편리하게 경북 북부지역을 다닐 수 있게 되면 도농간의 상생효과를 크게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중부내륙고속철도는 우리나라의 균형발전을 위해서, 에너지의 절약과 친환경에너지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서, 그리고 국민 전체의 복리증진을 위해서 대단히 바람직한 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렇게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 중부내륙고속철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대략적인 구상을 한 다음 국토해양부에 필요성에 대한 검토를 하도록 요구한 바 있는데 국토해양부에서도 그 필요성을 인정해 주어서 다행이다.

앞으로 면밀한 타당성 조사를 거치고 합리적이고 효율성 있는 노선을 계획한 다음 재원을 확보함으로써 내가 제안한 중부내륙고속철도가 하루 속히 건설되어 균형 있게 발전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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