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정치에서 은퇴를 하는 것이 낫다”

열린우리당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고건 전 총리의 12월 신당 창당선언이 발표되면서 당내 정계개편 논쟁이 본격화 되고 있는 것이다. 당내 여론은 크게 두 주류로 분류되는데 '당 해체를 통한 통합신당론'과 '당 사수를 통한 재창당론'이다. 최근에는 이들 사이의 대세장악 싸움이 새로운 형태인 2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통합신당론 찬성파들은 '대통령 배제'를, 재창당론파들은 '대통령을 포함한 우리당 중심의 개편'으로 견해가 첨예하게 갈려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과 대통령 주변 인사들은 '통합신당론'에 상당한 불쾌감을 나타내면서 “할 테면 해보라,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이들은 특히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시사하는 김한길 원내대표에 대해서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
김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국회 연설에서 “열린우리당 창당은 의미 있는 정치실험이었다. 이제는 그 실험을 마감하고 지켜 가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가려내 다시 시작하는 아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정기국회를 끝내 놓고 당 진로에 대해 결론을 내겠다”고 했다.

이에대해 청와대의 한 당직자는 “집권당 원내대표가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런 소리를 했다는 것이 한심할 따름”이라면서 “ 열린우리당 때문에 대한민국은 '정치 실험실'이었고 대한민국 국민은 그 실험실의 실험대상 이었다”는 이야기냐고 반문했다.

또한 “당이 어렵다고 그런말을 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정치에서 은퇴를 하는 것이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신당창당론'을 걸고 나온 천정배 의원 역시 강한 불신을 표시하고 있다.

'대통령을 포함한 신당창당 추진'이란 천 의원의 주장이 형식논리와는 달리 사실상 대통령과의 선긋기를 통한 자기 입지 구축을 노린 것이란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노 대통령을 만난 여권 인사는 “천 의원의 그런 행동은 실망스럽다. 차기주자로서 두각을 나타내려는 자기 욕심에서 각 세우기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핵심참모들은 “정작 앞에서는 솔직하게 얘기도 못하다가 밖에서 치고 나오는 식의 행태를 보인다”며 분노를 표시했다.

또한 “천 의원이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만나서 바로 자신의 생각을 여론에 전달한 게 아니라 '당에서 이런 얘기들이 나온다'는 식으로 남의 말을 전달하듯이 해 놓고서는 나가서 딴 짓을 하고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측 역시 “현재 여당 내의 '통합신당론' 추진 움직임이 내용과 명분, 원칙 없이 서두른다”고 평가하면서 “과연 천정배나 그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의도처럼 당이 굴러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많은 정치 전문가들도 '통합신당론'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가야할 것”이며“현재 상황으로는 고 전총리의 12월 창당도 어려워 보인다”는 견해를 내비췄다.

또한 “어차피 국회 예산안처리가 끝난 뒤인 12월 중순께 노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현재의 정계개편 논란에서 거리를 두게 될 것이다. 김근태, 정동영, 천정배 등 당내 차기주자들의 입지는 내년 봄 정국에서 종말을 고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은 아무것도 결정 된 것이 없고 신당창당 역시 한나라당의 추이에 따라 빨라지거나 늦어 질 수 있다 ”고 전망하고 했다.

통합신당론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은 아직까지 명확한 명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각자가 자신만이 범여권 신당의 해드 브래인이 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조금만 이해득실이 달라도 갈라서려고 한다.

또한 내년 4~5월이면 정가에는 이미 가닥이 잡혀져 통합론자의 정치적 효용성이 사라지게 될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내년 1-3월의 시간밖에는 없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내년 봄 정국에서 대통령의 직간접적인 역할이다. '정치에는 절대라는 말이 없다'지만 노 대통령은 정개개편에서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청와대측은 노 대통령이 현재의 개편 논쟁에 끼어들기보다는 '가치 중심, 열린우리당 중심의 재편'이란 원칙을 유지한 가운데, 친노그룹과 중간층 초선의원 모임인 '처음처럼' 등을 통해 통합신당론에 맞서려는 구상을 지니고 있다.

친노그룹의 한 중진의원은 “당의 해체와 통합신당 추진이든, 재창당이든 전당대회를 통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게 우리당의 당헌당규”라며 “이를 무시하면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측의 이런 판단과 구상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 지는 예단할 수 없다. 여당내 다수 기류가 '현재의 틀로는 아무 것도 안된다'는 쪽으로 기울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말연초 마지막 인사권을 행사할 때까지는 노 대통령이 힘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합론과 재창당론간의 세력싸움은 상당기간이 지나서야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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