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대신문사 최은령(국어국문·3) 편집국장

이제 곧 4학년을 앞두고 있을 때라 그런지 주변 사람들은 내게 자주 이런 물음을 던진다. 특히 오랜만에 친척을 만났을 때는 이 물음에 답하기가 참 곤란하다. 애써 둘러대는 말이라고는 “지금 생각하고 있어요”가 끝이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그렇게 대답하는 것은 아니다. 내 꿈은 이미 마음속에 정해져 있다.

나의 대학 한 학기 등록금은 약 280만 원이다. 그나마 문과계열이라 싼 편일 뿐 이과계열의 등록금은 400만 원 혹은 그 이상을 훌쩍 넘는다. 친구들과 나는 졸업하기 위해 아직 1년 동안 학교에 더 다녀야 한다. 등록금도 두 번이나 더 내야한다. 게다가 난 월세 30만원의 원룸을 얻어 살고 있는 자취생이다. 목돈이 없어 구한 월셋방이다. 1년이면 360만 원. 게다가 각종 공과금까지 꼬박꼬박 내야한다. 22살의 여대생이지만 쇼핑은 연중 행사가 돼 버린 지 오래다. 1년에 내가 쓰는 돈은 등록금까지 모두 합해 10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거기다가 용돈까지 더한다면 나는 걸어다니는 '과소비'다. 엄마는 2월과 8월이 제일 힘들다고 한다. 내 등록금을 내야 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생이 둘인 우리집에서 이 두 달은 집안이 휘청거리는 시기다.

누군가는 장학금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수석과 차석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장학금은 몇 십만 원 수준이기 때문에 몇 백만 원의 등록금을 감당하기에는 힘들다. 최근 돈에 관한 말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에는 대학생이 빠져있는 듯한 느낌이다. '부동산, 주식, 펀드, 기업…' 아무도 등록금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대신 다른 논리로 이 등록금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얼마 전 대학의 수익사업에 관한 규제를 풀겠다는 교육부의 발표가 있었다. 이를 통해 대학의 재정을 확보하고 등록금을 인하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화여대의 경우 대학재단의 수익금은 타 대학에 비해 최고수준이지만 등록금도 역시 최고수준을 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결코 학교재정의 안정화가 등록금 인하를 끌어오지는 못하는 것이다. 등록금 인하를 위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남들은 나에게 아무렇지 않게 묻는다. '졸업해서 뭐 할거니?' 이제는 고민이 된다. 이 물음에 뭐라고 답해야 할지 말이다. 하지만 왠지 어른들의 기대를 저버리기란 쉽지 않다. 나에게 대학 졸업장을 안겨주기 위해 오늘도 돈을 버는 부모님. 수천만 원에 달하는 돈을 자식이라는 이유로 쏟아 부으셨던 부모님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좋은 회사에 취직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것뿐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내 입에서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공무원이 되겠다는 포부가 담긴 말을 듣길 원한다. 그래서 졸업 후에 무엇을 하겠느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꿈이 돈 앞에서 부끄러워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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