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사회적 무력감이 원인

자살예방(생명사랑)캠페인-(7) 노인자살 실태

투데이코리아는 자살예방(생명사랑) 캠페인 '통계로 본 자살실태분석-(6)'을 통해 우리 사회가 고령화돼감에 따라 이른바 '황혼 자살'이 급증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됐다.

이에 이번 자살예방캠페인(7)에서는 노인 자살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정확한 사례분석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짊어지고 가야할 고령화 사회와 그에 따른 노인자살의 증가문제의 심각성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60세 이상 고령자 15년간 무려 38배 늘어..건강 비관도 큰 원인

한국자살예방협회 김희주 국장은 “노인 자살률 증가추세는 본격적인 고령사회 도래에 대비한 사회 안정망 미흡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이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노인 자살자 수는 1990년 433명에서 2005년 16,493명으로 15년간 무려 38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노인자살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노인 자살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지만 남녀별로 자살의 주요원인에 차이가 발견됐다. 남성 노인은 경제적, 사회적 지위 상실이 자살의 중요한 원인이 되는 반면에 여성 노인은 사회 환경 즉, 범죄, 이혼, 자녀와의 동거, 주택 소요 등 가족 간의 갈등, 신체적 질병, 고독감, 우울증 등이 자살의 중요한 요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2005년의 경우 노인 자살자 중 남자 비율은 69.9%로 여자 비율 30.1%보다 2배정도 자살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남성 노인들이 여성 노인들보다 치명적인 자살방법을 사용하며, 특히 남자들은 문제에 봉착했을 때 여자보다 외부의 도움을 덜 요청하는 전통적인 가부장적 가치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은퇴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하락 등 노년기에 발생하는 상실의 정도가 남성 노인들이 더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인들의 건강악화는 자살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확인되고 있다. 노인 자살자 중에는 암, 전립선 질환, 만성 폐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난치병과 시력상실 문제를 가진 노인의 자살위험도가 높게 나타났다. 노년기에는 건강, 지위, 역할, 관계 등 많은 상실을 경험하게 되며 경제적 상실은 물론 자아존중감, 권력과 명예, 노후의 안전감에 대한 위협을 느끼게 된다. 신체적 정신적 능력 장애는 우울증 등으로 발전하게 되고 무력감과 절망감 속에서 결국 자살을 선택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중풍, 뇌졸중, 골다공증, 결핵, 당뇨 등 건강상의 문제로 자살한 것은 모두 20명(24.1%)이었고, 인지장애인 치매로 인한 자살은 7명(8.4%), 빈곤으로 인한 자살도 모두 7명(8.4%)이었다. 배우자 사별 후 상실감, 우울증, 고독감 등 정서적 문제로 자살한 노인은 모두 23명(27.7%)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부양문제 등으로 인한 가족 간 불화, 노인 방임 및 학대 등 가족문제로 인한 자살은 19명(22.9%)이었다. 기타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도 7명(8.4%)이다.

치매가 자살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치매환자가 2010년에는 26만 명, 2020년에는 39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치매노인도 물론 고통을 받지만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도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으며 이는 가족의 심리적, 정서적 안녕을 위협하고 가족의 분열을 조장하고, 자살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경제적 빈곤 또한 자살의 심각한 원인이 된다. 한국의 노인들은 자식을 우해 투자하고 노후자금을 모을 수 있는 여유가 없었던 세대이기에 빈곤 상태에 빠진 노인들의 고통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정서적 문제를 살펴보면, 노년기에는 사랑하는 사람들, 건강, 수입 등을 상실하는 시기이다. 이러한 상실은 우울증을 유발하고 우울증은 자살의 주요 위험요인이 된다. 일생을 통해 일어나는 부정적인 사건 중 배우자의 사망은 가장 큰 부정적 사건이며, 가까운 가족의 사망도 스트레스를 증폭시키는 큰 요인이 된다.

독신 보다 기혼 자녀와 같이 사는경우 의외로 자살 시도 더 많아

가족 형태를 살펴보면, 노인 자살자는 기혼자녀와 동거하는 경우가 49명(59%)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노인부부가족 형태에 속한 경우가 14명(16.9%), 독거노인 가족에 속한 경우가 11명(13.3%)순이다. 노인 자살의 특성을 종합해보면, 노년기 후기에 있는 노인이 전기에 있는 노인보다, 또한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이 혼자 사는 노인보다 자살 시도가 더 많았음을 알 수 있다.

노년기는 건강악화와 기능상실을 피할 수 없는 시기이다. 질병 치료비 지출로 인해 경제적 고통이 가중되고 회복 후에도 독립적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가족에게 부양부담을 유발시키고, 간병문제가 가족 간 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에 노인은 자존감을 상실하거나 자식에게 짐이 되는 것이 싫어 자살을 택하게 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청소년 생명사랑캠페인에 주력해온 보건복지부 정신보건팀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다가오는 2007년에는 증가하고 있는 노인자살예방에 대한 캠페인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령화 사회와 노인자살인구의 급증은 우리 사회가 함께 짊어지고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정부의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대책과 시민단체의 노력, 부양가족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이 절실한 시점이다.

권승문 기자 ksm@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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