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론 분열· 불협화음 들려도 "코드인사 어째서 나쁜가"

당나라 현종 때 궁궐에서 희한한 행사가 벌어졌다. 알렉산더라는 '서역인'을 발가벗겨 목욕시키는 행사였다. 발음이 짧은 중국 사람들은 알렉산더를 '안록산'이라고 불렀다. 나중에 반란을 일으키는 안록산과 동일인물임은 말할 것도 없다.

안록산은 몸무게가 350근이나 되는 뚱보였다. 오늘날 단위로 계산하면 200kg이나 된다. 이런 '거인'을 갓난아이로 분장시켜 세아(洗兒) 의식이라는 것을 거행한 것이다. 안록산은 알몸으로 궁녀들이 메는 가마를 타고 궁궐을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양귀비의 양아들이 되었다. 양아들이 되었지만, 안록산의 나이가 양귀비보다 14살이나 많았다. 그런데도 자진해서 양귀비의 장난감이 된 것이다.

안록산은 보기 드문 아첨꾼이었다. 현종이 안록산의 튀어나온 배를 보며 "도대체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가" 물었다. 대답이 기발했다. "임금님께 대한 충성심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튀어나온 것입니다."

안록산은 인사를 할 때도 반드시 양어머니인 양귀비에게 먼저 했다. 현종이 까닭을 물으면 "우리 오랑캐 관습은 어머니를 먼저 위하는 법"이라고 대답했다. 양귀비를 아끼는 현종의 마음에 꼭 드는 행동이었다.

일러스트 이대열

현종이 자신의 아들인 태자를 안록산에게 소개했다. 그러나 안록산은 모른 척했다. 그러면서 말했다. "나는 우둔해서 임금님밖에 모릅니다. 태자가 무엇을 하는 직책입니까." 이런 식으로 충성심을 가장하기도 했다.

안록산은 튀어나온 배 때문에 말을 탈 때 안장을 두 개씩 사용해야 했다. 하나는 올라타는 안장, 하나는 튀어나온 배를 걸치는 안장이다. 그러니 체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첨이었다.

오늘날에도 아첨이나, 아첨 비슷한 것들이 제법 많이 나오고 있다. 안록산처럼 어울리지 않는 아첨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 몇 개만 꼽아보자.

▲ 노무현 대통령은 수술 잘하는 외과의사지만, 손님이 안 온다. 환자를 생각해 고통스럽더라도 마취를 하지 않는 뜻을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한다. (어떤 장관)

▲ 열린우리당은 유대민족, 대통령은 모세다. 열린우리당이 창당된 것은 모세가 이집트를 탈출한 것이다. (어떤 정치컨설팅 그룹 대표)

▲ 대통령은 6살 때 천자문을 깨우쳤다. 어릴 때부터 고집이 세고 자존심이 강한 천재였다. (어떤 관광가이드북)

▲ 박정희는 고등학교 교장, 노무현은 대학 총장. (어떤 정부 고위관리)

▲ 박정희 시대는 고성능 자동차, 노무현은 신형 비행기. (어떤 정부 고위관리)

▲ 댓글 논쟁이 한창일 때 세종대왕과 한글을 떠올렸다. (어떤 정부 고위관리)

▲ 경제친화적 개혁론자 정약용과 노무현. 정약용이 뿌린 씨앗 노무현이 거둔다. 허균과 노무현의 파격적인 인간주의. 허균의 평등사상, 노무현의 겸손한 권력론.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간 노무현'이라는 어떤 작은 책자)

문제는 이런 것들이 상당 부분 대통령의 '코드'에 맞았다는 점이다. 이런 말을 하고, 글을 쓴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 발탁되는 사례가 많았음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코드인사', '낙하산인사'가 셀 수도 없이 이루어졌다.

'코드'에 들어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역시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을 적재적소에 쓰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말았다. 희한한 인사가 상당히 많았다. 그로 인해 국론이 갈라지고, 불협화음이 들리기도 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코드인사가 어째서 나쁜가" 오히려 반문을 했다.

최근에는 갈수록 심해지는 '코드인사'를 놓고, '백화점식 코드'라는 비아냥거림도 나오고 있다. 야당 표현에 따르면, 코드인사+보은인사+회전문인사 등을 합쳐 '백화점식 코드' 인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려 충렬왕 때 '금령(禁令)'이 하나 내렸다. '아첨금지령'이었다. "조정 벼슬아치들이 권문귀족에게 아첨하여 족장(族長)이 아닌 경우에도 길에 엎드려 절을 하는데, 지금부터는 절하는 자나, 받는 자를 모두 처벌한다."

조선 숙종 때에는 살아 있는 사람의 사당인 생사(生祠)를 세우는 일이 많아지자 이를 처벌하자는 상소가 올라갔다. 임금이 '아첨이 풍미하다'며 시행하라고 허락했다. 우리는 아첨을 이렇게 싫어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어떤 관리의 글을 보고 만족한 나머지 이런 댓글을 달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글 나중에 좀 빌려씁시다. 그런데 약간 쑥스럽기도 하네요. 못 본 척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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