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소득보전 직불금(이하 쌀 직불금)' 부당 수령 파문이 온 나라를 들끓게 하면서 정치권 공방도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쌀 직불금은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된 것이고 부당 수령도 노무현 정부 때 이뤄진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가 대선 등을 의식해 '쌀 직불금' 감사원 감사 결과를 은폐했다”며 민주당에 폭격을 가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쌀 직불금 부당 수령자 명단을 모두 공개하라”며 여권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현재의 '쌀 직불금' 파문에 있어 모두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아니 현재의 '쌀 직불금' 파문을 낳은 공범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사실 이번 파문은 현재 민주당이 여당이었던 지난 2005년부터 사실상 예견됐다 할 수 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쌀 직불금' 제도는 지난 2005년 3월 추곡수매제를 폐지하는 대신 도입됐다.

하지만 기자가 '쌀 직불금' 부당 수령자를 옹호할 생각은 결코 없지만 '쌀 직불금' 제도 자체가 현재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이번과 같은 부당 수령 파문을 낳을 수밖에 없는 제도였다.

추곡수매제는 정부가 농민들이 수확한 쌀을 직접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사 주는 제도이기 때문에 자작농뿐만 아니라 임차농들도 어느 정도 안정된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현재 농민단체에서는 '쌀 직불금' 제도보다는 추곡수매제를 훨씬 더 선호하고 있다.

이에 반해 '쌀 직불금' 제도는 정부가 쌀을 사주는 대신 농지를 실경작한 농민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임차농 비율이 60%가 넘는 현실에서 '쌀 직불금' 제도를 시행하면 지주 등이 '쌀 직불금'을 부당 수령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부는 '쌀 직불금' 제도를 도입하고 추곡수매제를 폐지하는 법률안을 제출했고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지금의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그 법률안을 신속하게 통과시켰다.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고 '쌀 직불금' 제도를 도입하려면 농지 실경작자 기준을 명확히 하고 부당 수령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대책이라도 세웠어야 했으나 그런 것들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다.

당시 정부는 농민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추곡수매제 폐지를 밀어 붙이면서 추곡수매제는 WTO(세계무역기구, World Trade Organization) 규정에 의하면 감축할 의무가 있는 보조금이고 WTO DDA(도하개발아젠다, Doha Development Agenda) 협상이 곧 타결될 것인데 여기서 추곡수매제 같은 보조금은 대폭 감축될 것이므로 미리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추곡수매제가 WTO 규정상 감축할 의무가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 규정을 따르더라도 당시 폐지할 필요는 없었고 시간을 두고 서서히 줄여나가도 됐었다.

또한 정부가 당시 당장 타결될 것이라 목소리를 높였던 WTO DDA 협상은 3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타결전망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

몰론 감축할 의무가 있는 보조금의 한도는 지난 2004년부터 1조 4900억 원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정부가 할 일은 추곡수매제의 성급한 폐지가 아니라 추곡수매제를 착실히 시행하면서 WTO DDA 협상에서 협상력을 최대한 발휘해 추곡수매제 한도를 최대한 지켜내고 협상 결과 추곡수매제 감축이 결정될 경우를 대비해 국내 보완대책을 철저히 세워나가는 것이었다.

또한 WTO 규정을 어기지 않으면서 추곡수매제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제도를 모색해 나가야 했다.

추곡수매제 폐지나 감축은 이런 것들을 모두 실행에 옮긴 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았었다.

하지만 당시 노무현 정부는 타결 전망도 불투명한 협상을 이유로 농민들의 강력한 폐지 반대 요구를 철저히 무시하면서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고 '쌀 직불금' 제도를 도입하는 법률안을 졸속으로 발의했다.

여기에 당시 원내 1당이자 여당인 열린우리당, 지금의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모두 한 마음 한 뜻이 돼 이런 정부의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한 마디로 말해 노무현 정부, 민주당, 한나라당 모두 현재의 '쌀 직불금' 파문을 있게 한 공범들인 것이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모두 여기에 대해 사과 한 마디 없이 책임을 상대방에게 뒤집어씌우는 데에만 골몰하고 있다.

이런 두 정당의 염치없는 모습에 농민들의 분노는 날이 갈수록 높아만 간다.

투데이코리아 이광효 기자 leekhyo@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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