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의원(대전 서구갑)

“구 의원, 어서 의사당에 가야지.”

“구논회 의원, 어서 일어나 의사당에 같이 가야지.”

일주일전 내가 서울대 병원으로 병문안 갔을 때 우리 굳게 약속했지요.

11년 전 위암 3기를 이겨낸 것처럼 이번에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의정활동을 재개하자고 굳게 약속했지요.

그때 우리 눈물을 글썽이며 꼭 잡았던 당신 손의 체온이 아직도 내 손에는 남아있는데 당신은 무엇이 그리 급해 이리 훌훌 떠나는지요.

O. 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비바람이 몰아쳐도 그려 넣은 담벼락의 담쟁이 잎은 떨어지지 않은 것'처럼, 이번에도 담쟁이를 그려 넣자고 다짐했던 약속. 무엇이 급해 그 희망의 약속을 일주일만에 잊었단 말입니까.

구 의원, 당신이 떠나던 날 밤 일진광풍과 가을비 같지 않은 비가 휘몰아쳤습니다. 하늘도 우리가 그려 넣었던 담쟁이 잎이 그날 떨어진 것을 뒤늦게 알았나 봅니다.

구 의원,

위암 전이로 지난 3월 또다시 대수술을 받고도 어찌 그리 천연덕스러울 수 있었습니까 . 암투병 사실을 감추면서 5월 지방선거에서 지원유세 차 마이크를 잡고 국회에서도 그렇게 열심히 의정 활동을 했던 구 의원이 오히려 야속하기까지 합니다.

암과 싸우면서도 이를 감추며 보여주었던 초인적인 모습과 열정적인 의정활동이 많은 사람을 울리고 있습니다.

그저께 당신은 46년의 그 불꽃같은 열정을 거두고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부인과 중고생의 남매를 남기고 우리 곁을 훌훌 떠났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기억할 것입니다. 빈농의 아들로 자수성가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오른 손이 한 것을 왼 손도 모르게 했던 당신의 향기로운 봉사정신을. 그리고 교육개혁과 나라 발전을 위해 쏟았던 정열을.

의원직까지 걸며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성공을 위해서 바쳤던 땀과 눈물을. 좋은 나라를 꿈꾸던 우리들의 신실한 친구이자 든든한 동지였던 구 의원.

아직도 할 일이 많은 당신이 먼저 이 세상을 떠나면서 안고 갔을 고뇌와 아쉬움을 어찌 우리가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무심하고 짧았다는 것이 새삼 가슴을 저미어 옵니다.

그러나 우리의 가눌 길 없는 슬픔이 가시는 걸음걸음 짐이 돼선 안되겠기에 애써 접어두려 합니다.
이 세상의 무거운 짐을 훌훌 벗어 던지시고 아름다운 마음만 품고 가십시오. 못다한 일들은 우리에게 맡기시고 편히 가십시오.


2006년 11월 7일 당신의 선배가.

(주: 구 의원은 구논회 열린우리당 서구 을 국회의원으로 오랜 암투병 끝에 향년 46세의 나이에 지난 5일 새벽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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