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촛불 수배자들 혼란 틈 타 ‘탈출’

조계사에서 촛불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수배를 받아 조계사에서 도피 생활을 하며 장기농성을 하고 있던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과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박원석 상황실장 등 수배자 6명이 29일 조계사 밖으로 몰래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이날 오후 점심식사 후 1시 30분께 농성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식사 후 종적을 감춘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경찰은 식사 시간이 지나도 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경내 수색을 실시했지만 이들은 이미 떠난 뒤였다.

수배자들은 이날 조계사 경내가 초하룻날 잇따른 법회로 경내가 북적거리는 틈을 타 어수선한 분위기를 교묘하게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들이 도주한 경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당혹스러워 하는 동시에 이들의 소재 파악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이 도주를 계획한 데에는 최근 이들이 보여준 심리적인 불안감과 함께 압박감으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은 지난 22일 밤 조계사 경내에서 술판을 벌이고 지나친 음주로 조계사 신자들은 물론 주변 상인 및 주민들의 원성을 사는 등 장기간 농성에 따른 와해 징후들을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 '안티이명박카페' 부대표 백은종씨가 검거되는 등 경찰의 감시망이 더욱 좁혀 오는 상황에서 조계사 측에서도 이들에게 나가달라는 요청을 수차례 하는 등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여건이 조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이들에 대한 국민적 관심 또한 상대적으로 멀어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농성을 할 명분이나 원동력 등이 점점 힘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이 같은 탈출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대책회의는 오후 4시 수배자들이 떠난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배자들이 오늘 조계사를 떠나 '잠행농성'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들의 조계사 천막농성은 8명으로 시작됐으나 '안티이명박카페' 부대표 백은종씨 등 2명이 도중에 경찰에 검거됐고 이석행 위원장이 지난달 23일 합류해 7명으로 늘었지만 김광일 대책회의 행진팀장이 24일 홀로 경내를 빠져나가면서 조계사 수배농성자는 6명으로 다시 줄어든 바 있다.

투데이코리아 강기보 기자 luckybo@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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