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을 펼치면 백성들의 신음과 아우성 소리가 들린다. 서울 강남권을 시작으로 '동서남북' 구분없이 옮겨붙은 수도권일대 부동산 값 폭등세는 '민중을 위한' 어설픈 정책이 백성들을 얼마나 분노케하는 지를 실감케 한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부동산 정책이 역설적으로 극단적인 양극화의 심화와 고착화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된다.

반기와 반란은 궁궐 밖에서만,인터넷시대의 여론에 의해서만 주도되고 있지 않다. 여당과 청와대(黨·靑)의 균열조짐은 이미 오래 전의 일로 큰 뉴스거리도 못된다. 대통령 주재 회의에는 권력말 누수현상(레임덕)으로 받아들이지 않고는 설명하기 곤란한 일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유치 추진상황보고회'에 초대받은 재계 인사들이 대거 불참한 것으로 전해진다. 40명 중 절반정도가 이런 저런 이유로 참여하지 않았다는 소식이다. 전경련회장, 대한상의회장,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경제4단체장도 해병대 위문 방문 등의 사유로 불참했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부 시절, 기업체를 출입했던 기자는 재계가 자의든 타의든 대통령과 회동을 얼마나 중시했는지 안다. 대그룹총수 수뇌부는 행여 명단에서 빠질까 전전긍긍했다.

물론 청와대 모임을 중시하던 과거 재계 풍토를 긍정적인 눈으로만 바라보긴 힘들다.정경유착의 잔재일 수 있고, 형법전에도 없는 '괘씸죄'가 실존함을 간접적으로 입증하기 때문이다.

바쁜 사람들을 청와대로 불러 그리 유쾌하지 않은 자리에서 밥먹게 하는 일은 사실 국가적 낭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불참 사태를 보며 반기를 연상하는 것은 좀 지나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렇지만 대통령 중심제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이 중요한 국내 여건에서 이번 일을 그리 간단하게 치부할 일은 아니다.

재계가 반기를 든 다음날(16일)국정감사에서 오제세 의원(열린우리당)이 한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오 의원은 “여당 의원인데도 2년반동안 대통령을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며 청와대 비서진을 질책했다. 대통령의 시간안배와 리더십은 국가경쟁력에서 매우 중요한 시테크이다.

'제4의 권력'이란 비아냥을 듣는 투쟁일변도의 노동계에도 반란의 물결이 감지된다.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새로운 노동운동을 표방하는 '뉴라이트 신노동연합'(신노련)이 강성노조의 대명사격인 현대자동차내에 '신노동연합회'를 출범시키기로 했다는 전언이다.

파업 만능주의를 넘어 노동계가 더욱 단결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기존 상부조직 중심의 '일방주의'는 오히려 노동계 단합을 저해한 측면을 간과할 수 없는 탓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반기와 반란은 새로운 도약과 화합의 발판이다. 재계와 노동계에서 포착되는 변화의 물결이 서로를 존중하며 상생하는 사회로 한걸음 나아가는 '청신호'라 여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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