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총재 정계 복귀 움직임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이 차기 대권을 두고 '용호상박(龍虎相搏)'의 대결을 펼치는 가운데 잠자고 있는 또 하나의 '용'이 꿈틀대고 있다. 바로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다.

그는 2002년, 두 번의 대선에서 연거푸 낙마한 뒤 정계은퇴 선언을 했다. 그리고 정치권과는 일정한 거리두기를 했다. 최근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했을 때도 그는'침묵'했다.

그런 그가 지난달 19일 동국대 동문 모임인 동국포럼 조찬강연회에서 강연도중“차기 정권은 장기적으로 한국의 핵무기 개발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그의 정계복귀 시점이 멀지 않았음을 암시했다.

여전히 그의 입은 굳게 닫혀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가 입을 굳게 닫으면 닫을수록 그의 정계복귀는 점차'확신'으로 변한다.

적어도 이 전 총재의 측근들은 그의 정계복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전 총재의 팬클럽인 '창사랑'의 임용학 운영위원회 의장은 <투데이코리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전 총재가 (정계복귀에) 나서면 '킹메이커'는 아닐 것”이라면서 “하게 되면 본인이 직접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그의 대권 의지를 가늠케 했다.

▲이회창 전 총재의 머릿속엔 무슨 그림이?

임 의장은 “지금 거론되는 후보들 가지고는 나라를 구할 수 없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이 전 총재가 중심에 서야 국가가 바로 서지 않겠느냐”며 현 한나라당 대권주자들을 비판했다.

또한 “한나라당 대선후보 사이에 인신공격이 오가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조만간 후보교체론이 제기될 것”이라며 향후 정계개편 방향까지 제시했다. 지금 대선후보로는 정권 재창출의 과업을 이룰 수 없다는 '역할무용론'이 곧바로 이 전 총재 '대안론'으로 변할 것이라는 기대다.

임 의장의 말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창사랑을 비롯한 자생적 단체들이 곧 결집할 것이라고 한다. 오는 20일에는 이 전 총재가 경남포럼 초청으로 마산에서 '한반도 위기와 우리의 나아갈 길'이란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한편 이 전 총재는 20일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는 정계복귀설과 관련, "좌파정권 종식을 위해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창원 컨벤션 센터에서 전국지성인단체총연합(대표 이우태) 초청 특강을 하기 앞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지금은 (정계복귀 등) 그런 것을 말할 때가 아니다"면서 "이번에도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 나라가 망할 것 같기 때문에 그것을 막는 게 가장 우선적인 내 역할"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강에서도 "대선 후 정치를 떠나 조용히 지내왔다"면서 "그러나 최근 나라가 되어가는 모습과 특히 북핵 사태를 보면서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이런 실상을 국민에게 알리고 경각심을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재는 "저 사람이 대권에 나서려고 저러는 것 아니냐고 비난하는 사람이 벌써 있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나는 대권, 그런 것보다도 국민의 자유와 자유의 정신을 무시하는 좌파정권이 다시 집권하지 못하게 하는 것 그것이 더 중하고 내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정권이 하는 것을 보면 싹수가 노랗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을 만나고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면서 "이제 노예의 평화로 가는 노무현 정권을 국민거부운동으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12월 중으로 대구에서는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 일정을 논의하기 위해 50여개 단체가 모여 토론회를 벌일 예정이다.

이제 남은 것은 이 전 총재가 입을 여는 일 뿐이다. 지금처럼 지지자들이 그에게 결단을 촉구하고 그가 대선 경쟁에 자연스럽게 나설 '판'이 마련되면 그 때가 올 것이다.

과연 이 전 총재는 언제쯤 정계 복귀에 나설까? 임 의장은“2월 쯤 되면 확인되지 않겠냐”며 정계복귀 시점을 점쳤다.

이 전 총재가 정계복귀에 나서면 현재 한나라당의 대선 '양박' 구도에는 상당한 변화를 줄 수 것으로 보인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준비하고 있는 여당에 맞서 한나라당의 대선 흥행몰이도 가능하다.

이 전 총재는 두 번의 대선에서 실패하고 정치와 거리를 두면서도 단 한 번도 대선후보군에서 완전히 제외된 적이 없었다. 그는 한나라당에서 여전히 '상징적' 존재다.

하지만 그가 과연 17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처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그의 복귀가 과연 한나라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인 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시기상조론'이 우세하다.

지금쯤 이 전 총재의 머릿속에는 어떤 그림들이 그려지고 있을까?'창심(昌心)'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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