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검찰수사 압박 엄포성 발언 분석

최근 우리나라 검찰의 론스타 수사와 관련, 론스타 본사측이 외환은행 재매각 보류 의사를 밝혀 관련 업계의 대응이 주목된다.

로이터 등 관련 소식통에 따르면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은 지난 17일 국민은행과의 외환은행 재매각 논의를 보류 중이며 검찰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 국내에 더이상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그레이켄 회장은 이날 로이터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에서 사업을 수행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이번 일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한국에 한 푼도 더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레이켄 회장은 또 검찰이 범죄 사실에 대한 명확한 증거도 없이 장기간 조사를 지속할 수 있게 하는 한국의 정치적인 상황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레이켄은 "이번 검찰 조사에는 정말 심각한 정치적 함의(overtones)가 있다"며 "궁극적으로 우리는 이번 혐의에 대한 증거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며 만약 결국 재판으로까지 이어진다면 우리가 무죄라는 것이 입증될 것"이라고 말했다.

론스타는 현재 새로운 투자처를 물색 중이며 일본과 중국에 더 많은 투자 기회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그레이켄 회장은 덧붙였다.

한편 이러한 론스타의 협박성 발언에 대한 국내 금융가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금융계는 그의 발언이 정치적인 압박이거나 기싸움이라고 분석하고 있다.그레이켄 회장의 경우 수차례나 재매각 보류 혹은 계약 파기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난 8월 파이낸셜타임스와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외환은행 매각) 계약은 위기에 처했으며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거나 "외환은행 인수 관련 검찰조사가 적절한 시점에 마무리되지 않으면 매각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고 협박성 발언을 쏟아냈다.

당시 그의 발언은 본계약 마감을 한달여 앞두고 검찰 및 정부 승인을 빨리 내달라는 압박으로 해석됐다.

또 본계약 연장 협상을 앞두고 계약 상대인 국민은행에 대해 샅바싸움을 벌이고 내부적으로는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한 포석으로 이해됐다.

11월 들어 검찰의 수사가 론스타 경영진으로 정조준되자 그는 "막연한 음모론에 근거한 정치적으로 조작된 수사"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는 이같은 수차례에 걸친 협박성 발언에도 국민은행과 재매각 계약을 파기하지는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에 그레이켄 회장이 또 한번 협박에 나섰지만 그의 발언이 외환은행 재매각과 관련해 실질적인 행동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한국의 민족주의 정서나 검찰의 정치적인 수사 때문에 외국인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대의명분을 통해 검찰을 압박하려는 의도 정도로 금융가는 대부분 해석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 론스타에 대한 여론과 당국의 시각으로 볼 때 앞으로 론스타가 신규 투자를 더 늘리겠다고 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