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일가 명의 41억원 어치 무기명채권 발견

전두환 전 대통령
2205억원의 천문학적인 금액을 추징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는 희대의 명언(?)과 함께 추징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꼬리를 드러냈다. 최근 전씨의 차남 재용씨, 그리고 재용씨 두 아들 계좌에 거액의 뭉칫돈이 흘러들어간 정황이 포착된 것.

전씨의 비자금 의혹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는 “지난 14일 재경부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재용씨와 두아들 계좌에 41억원의 채권이 현금으로 전환 유입된 사실을 통보해 왔다”고 전했다. 현재 검찰은 전씨에 대한 직접 소환조사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이번에 포착된 뭉칫돈에 대해 전씨의 비자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자금의 출처를 확인하는데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전씨 및 재용씨를 상대로 채권의 출처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포착된 전씨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돈은 앞서 언급했듯이 모두 무기명 채권 형태로 보관돼 있었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98년 발행된 무기명 금융증권채권으로 지난달 한꺼번에 현금으로 전환 전씨의 일가의 계좌로 유입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채권의 만기가 2003년 하반기라는 것. 당시는 법원을 통한 전씨의 재산명시 심리와 자택 경매 등 미납 추징금에 대한 국가의 조치가 강하게 이뤄지던 시기였다.
이는 곧 신출귀몰할 정도로 비자금을 분산관리하고 있는 전씨의 행각과 이번에 포착된 거액의 뭉칫돈이 비자금 중 일부일 가능성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현재까지 전씨가 납부한 추징금은 총530억원대. 총 징수액인 2205억원의 25%에 불과하다. 남은 금액만 1670억원으로 그동안 늘어난 이자까지 계산될 경우 아직 2000억원대의 추징금이 전씨 앞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물론 전씨는 돈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납부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검찰은 전씨가 자식, 친․인천, 측근들의 명의로 비자금을 분산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막연히 추측할 뿐이다. 하지만 이미 수차례 언급된 것처럼 그 관리 방식이 워낙 교묘하다는 것.
한 검찰 관계자는 “전씨와 같이 기소됐던 노태우 전 대통령과는 비자금 관리 형태가 천지차이”라며 “그 실체를 확인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는 전씨가 자신의 비자금 대부분을 무기명채권(금융증권채권)형태로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명 '묻지마 채권'으로도 불리는 무기명 채권은 98년 외환위기 당시 발행된 것으로 금융실명제의 적용조차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비자금 은닉이나 불법 상속 증여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폐단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98년 10월 한시적으로 판매된 무기명증권금융채권을 전씨가 집중 매입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번에 발견된 돈 역시 비자금으로 확인 될 경우 전액 추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번 건 이외에도 전씨가 은닉한 비자금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검 중수부는 재작년 2월 외조부로부터 액면기준 167억원어치의 국민주택채권을 받고도 이를 숨겨 71억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재용씨를 구속기소한 바 있다.

같은 해 10월 서울 고법은 167억원의 채권 중 73억5000만원은 사실상 아버지 전씨가 증여한 것으로 판단했고, 현재 본 사건은 대법원 계류상태다.

또 지난 2004년에도 출처가 불분명한 102억원 상당의 채권을 포함한 130억원의 뭉칫돈이 이순자씨의 계좌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또 전씨의 처남 이창석씨의 계좌에서도 20억원의 괴자금이 발견돼 검찰의 촉각을 곤두세운 적도 있다. 더욱이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전씨 일가 명의로 된 수십억대 부동산이 속속 발견되고 있어 뒤늦게 압류를 벌인 적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전씨에 대한 추징 시효는 2009년 6월말”이라며 “추가 비자금이 발견되면 시효는 다시 3년이 연장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