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대신문사 임나리(문헌정보학과ㆍ3) 기자

과거 부산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살펴보면 태종 2년째 되던 1402년 <태종실록>을 통해 처음으로 '부산(富山)'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한다. 이후 산이 가마 모양처럼 생겼다하여 부산(釜山)이라는 한자어로 명칭이 바뀌었지만 지금도 부산이 다른 곳에 비해 산이 많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만큼 부산 소재의 많은 학교들이 경사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교서부터 대학까지의 모든 학교 중 경사도가 30%(각도로 17도 정도)에 달하는 곳도 있다고 하니 경사가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다.

또한 학교 진입로의 높은 경사와 안전장치의 미흡으로 인해 실제로 안전사고가 일어난 경우도 많았다.

약 열흘 전이었던 지난달 29일 대덕여고에서 3명의 어린 목숨을 앗아간 또 한 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지만 경사가 심한 도로를 내려오다 추락한 사고였다. 심지어 이 오르막길 주변에는 추락 방지를 위한 담장이나 울타리조차 없었다.

이보다 이른 지난 9월 동아대학교 캠퍼스 내 내리막길에서는 화물차량이 미끄러지는 일이 있었으며, 그보다 이른 8월에도 대덕여고에서는 오르막길을 오르던 마을버스가 전복돼 차가 파손된 적이 있었다. 이 학교의 한 졸업생은 “대덕여고 교통사고가 계속해서 일어났다고 뉴스에서 보도하던데, 그걸 간과하고 안전설비 하나 제대로 안 갖춘 재단은 잘못이 있다”고 말한다.

이번 사고로 지난 3일, 허남식 부산시장과 설동근 부산시교육감은 기자회견을 통해 학교 통학로에 대한 안전대책을 발표하며 몇 억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조용하던 시와 청에서 이제 와 '외양간 고치듯 한' 대책을 내 놓았다는 것이다.

학창시절 내가 다니던 중·고등학교 역시 경사도가 매우 높아 학생들은 매번 총총걸음으로 그 높은 언덕을 올라야 했다. 이때마다 누구나 '등하굣길이 위험하다'는 말을 꺼내곤 했지만 단 한 번도 학교로부터 개선하겠다는 대답을 들은 적이 없었다. 3명을 떠나보내고 난 뒤에야 급한 마음에 마련한 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그들은 학생, 학부모들과 협상을 하려 한다. 이번에 발표한 안전대책은 단지 또 다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목숨을 잃고 부상을 당한 학생 그리고 학부모에게 '우리가 이만큼 해 줄테니 더 이상의 소란피우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무언의 계약(?)같은 것같이 여겨진다. 우리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다.

이제와 뭘 하겠다는 말인가. 단순히 '얼마를 지원해서 안전장치를 설치하겠다'는 것보다는 실제 등·하교 시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우려해야 할 점은 시와 교육청이 자칫 그럴싸해 보이는 '협상안'을 내놓은 만큼 사고가 재발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협상은 몇 번의 사고 이후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 모두 예민할 수밖에 없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더 이상의 재협상을 원하지 않는다. 사고가 재발해 '사후약방문' 식의 대책을 제시하는 협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늦기는 했지만 등·하교를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설동근 교육감의 말처럼, 잠깐의 시각적 효과만 노리는 대책이 아닌 학생들이 안심하며 끄덕일 수 있는 '행동'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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