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Active-X 있어야 구동…타 웹브라우저로는 이용 불가능

정부가 내달부터 주요 인터넷 사이트 가입 시 주민등록번호 대체수단으로 도입을 의무화하는 아이핀(i-Pin)이 시행도 되기 전에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아이핀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에서만 구동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IT분야 전문가들과 네티즌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아이핀(i-Pin)이란 인터넷개인식별번호(Internet Personal Identification Number)의 이니셜. 주민등록번호 유출 등의 문제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인터넷 상에서 신원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주민등록번호 대체하는 사이버신원확인번호를 말한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하루 평균 이용자수 5만명 이상인 인터넷포털과 1만명 이상의 인터넷사이트는 주민등록번호 이외에도 아이핀과 신용카드, 공인인증서, 휴대전화 인증 등의 가입방법 제공을 의무화했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신용평가업체와 공인인증기관이 아이핀을 발급하는 과정에서 해킹을 방지하기 위한 보안모듈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데, 문제는 보안모듈이 모두 MS의 액티브X(Active-X)가 있어야만 설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아닌, 최근 출시된 구글의 크롬이나 사파리, 파이어폭스와 같은 웹브라우저 이용자들은 아이핀을 발급받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 방침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정부의 이번 조치가 세계적 대세인 웹표준화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MS 이외의 타사의 웹브라우저를 이용하고 있는 소수자의 정보접근권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전자서명법 제7조 제1항은 '공인인증기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인증역무의 제공을 거부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IT업계에서 웹표준화를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엔에이포(NA4) 강송규 대표는 “그간 정부가 웹표준화 추진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는데, 가장 최근 시책인 아이핀이 웹표준화에 역행해 졸속 추진되는 점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강대표는 “아이핀 도입의 취지는 매우 긍정적인 만큼 시행 상의 문제점만 보완하면 좋은 제도로 정착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MS를 상대로 1천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디디오넷의 강용일 대표는 “IT강국이라고 자부하는 우리나라가 공공서비스에서조차 MS의 특정 기술에 종속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웹표준화에 대한 정부의 이해와 의지가 부족한 탓”이라며 “정부는 정책 시행에 대한 조급함을 버리고 업계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웹표준화의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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