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수출 빨간불

한국 자동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가 연일 미국내 자동차 산업 보호와 부흥 정책을 연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자 시절부터 철저한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웠던 그의 당선에 따라 국내 자동차 관련 주가가 하락하는 등 향후 국내 자동차 산업 위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 자동차 적극 보호하겠다

버락 오바마가 백악관에 입성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중대한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점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바마는 우리나라의 시장개방 수준에 실망을 나타내며 한미 FTA의 수정을 요구해왔고 심지어 한미 FTA를 '나쁜 FTA'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의회와 행정부까지 동시에 장악하게 될 민주당도 경제위기 속에 자국내 산업과 일자리 보호를 위해 전통적인 보호무역주의를 더 강화하면 강화했지 낮추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승리 후 7일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미국 자동차산업의 구제에 목소리를 높였다.
새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거창한 청사진을 제시하기보다 실물경제 부문에서 급격히 무너져가고 있는 핵심축을 확실히 살려놓겠다는 의지를 선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자동차업계를 살리는 방법은 정부의 지원이다. 이미 조지 부시 행정부가 250억달러를 자동차업계에 지원키로 했으나 업계는 추가로 500억달러를 더 요구하고 있다.
FTA재협상 시국내 산업 가운데 가장 악영향을 받을 산업으로 꼽히는 분야는 자동차 산업이다. 노조를 지지기반으로 하는 민주당이 미국 내 자동차 산업 보호를 내세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국 고용문제에 중점을 주는 민주당이 자동차 산업 보호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자동차업계 수출 타격 우려

여기에다 오바마 당선자는 자동차 산업에서의 한미간 무역불균형에 대한 줄곧 불만을 제기하면서 한미 FTA 체결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와 정식으로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면 자동차 산업 분야가 포함된 한미 FTA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우려 탓에 10일 현대자동차의 주식이 5.69%, 기아자동차의 주식이 4.46% 떨어진데 이어 11일 다시 3.4%, 2.59%씩 하락 했다. 오바마가 미국 자동차를 보호하게 되면 국내 자동차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감이 작용한 탓이다.
통상전문가들은 오바마가 한국 자동차에 대한 수입 장벽을 높일 것이라는 지적한다.
현대·기아차는 전체 수출물량 가운데 30%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바로 이 부분이 직격탄을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오바마측이 우리정부에 한미 FTA 가운데 자동차 부문에 대해서는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상호간에 관세를 철폐하기로 한 합의 내용을 뒤집고 한국산 자동차에 한에서는 관세를 일정기간 존치 시키는 방안이다.
국내 자동차 업체의 한 관계자 는 “오바마 후보는 미국인 고용비율이 높은 기업을 보호하는 등 FTA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관세 정책 등이 강화돼 국내 차가 가격 경쟁력부분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한미 FTA에 대해 미 자동차 노조의 반발이 있는 만큼 국내 자동차 업계로서는 향후 미국의 변화를 유심히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경제연구소는 지난 4일 보고서를 통해 “노조에 기반을 둔 오바마 후보의 경우 자동차 산업에 있어서 한미 간 무역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려 할 것”이라고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래도 경쟁력 있다

하지만 관망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오바마 당선자가 지금 같은 미국 경제 침체기에 국제적인 비판을 감수하며 극단적인 보호주의 무역 정책은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오바마 당선인이 선거유세기간에 한국 자동차를 거론한 것 역시 표를 의식한 정치적 발언이었을 것”이라며, “후보의 입장이 아닌 대통령의 입장으로서는 미국 경제에 실익이 되는 한미 FTA를 깨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한국 자동차가 미국에 수출될 때는 2.5%의 관세가, 미국산 자동차가 국내에 수입될 때는 8%의 관세가 각각 부과되고 있는데 서로 관세를 없앤다면 미국측이 더 유리해 진다는 논리다.
또한 자동차 정책이 수정된다 하더라도 국내기업의 영향이 작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체의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한미 FTA 비준 문제가 진행되고 있고, 이에 대해 오바마 후보가 말한 미국 자동차 산업 보호가 관심을 끌고 있는데, 현대 기아차 등은 미국에 자동차 공장을 짓고 있어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대차가 앨라배마에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가동 중이고 내년에는 기아차도 30만대 규모의 조지아공장을 완공함으로써 관세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측은 “대규모 현지생산공장은 보호무역주의의 완충 작용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용 창출 효과도 있어 자국 업체와의 차별 가능성에서도 자유롭다”고 밝혔다.
또한 오바마 정권이 미국 자동차 업계를 살려 낸다면 국산차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역시 현재의 상황으로선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한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의 몰락은 저효율 차량을 고비용으로 생산해 온데 기인하고 연비가 떨어지는 대형 차량 위주로 판매되다 보니 고연비 차량 개발에 소홀히 했을 뿐 아니라 인건비 등으로 생산비 또한 과다한 탓이다”며 당장 미국산 자동차 업계에 대한 지원이 된다 하더라도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현 부시 정부보다는 어려움이 있지 않겠냐는 우려도 있지만, 지금까지는 선거기간 동안 오바마 후보가 밝힌 내용뿐이기에 앞으로 오바마 후보가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펼치는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적 성향과 유세기간 중 그의 발언을 이유로 당선 이후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보다 경기부양에 대한 의지를 볼 때 오바마 후보의 당선은 한국 자동차산업에 오히려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협상을 하게 되더라도 국내 특소세 폐지 또는 자동차세 변경 정도만 있을 뿐 큰 틀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웅건 기자 k2prm@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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