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국민으로서 자긍심 훼손될 수 있어’

-찬반 입장 극명히 갈려
-출판사, '회사경영상 불가피'

정부와 한나라당의 '좌편향 교과서' 수정 권고로 논란이 일어났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가 교육과학기술부의 권고안으로 각 출판사에서 수정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가운데 집필진들은 의사를 허락한 적이 없다고 반박해 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지난 10월 30일 이러한 정부와 한나라당의 '좌편향 교과서'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는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6종의 검정 교과서 중 55곳에 대한 수정권고안을 발표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그 이유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이 훼손될 수 있는 내용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내용은 국방부가 '제주 4.3사건' 등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에 실린 내용을 수정할 것을 요청한데 이어 통일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연이어 교과서 내용을 수정할 것을 요구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지금까지의 현행 교과서는 '좌편향'돼 기록돼 있으니 이를 수정하자는 것. 이는 뉴라이트계의 '교과서 포럼'으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지난 3월 24일에는 교과서 포럼에서 자체 집필한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를 출간한 바 있다.

그렇게 요구된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안은 총 257건이 접수됐으며 국사편찬위원회에 교과서 수정 검토를 의뢰했고 최종 수정권고안이 발표됐다.

몇 곳은 수정권고안에 따라 수정작업을 거쳤으며 수정권고안을 따르지 않은 몇몇 출판사들을 상대로 지난달 26일에는 각 출판사에 역사교과서 수정지시를 내렸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보낸 공문에 따르면 '수정되지 않는 29건의 수정권고안 등을 포함한 '수정지시안'을 보낸다'고 밝혔으며 '28일까지 수정에 대한 내용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각 출판사들은 수정지시를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가장 많은 지적을 받은 금성출판사도 지시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는 출판사 내부에서 결정한 사항으로 집필진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 대놓고 반감 드러내

지난달 2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정진곤 교육과학기술문화수석에게 “그 출판사는 정부가 두렵지 않냐”고 발언했다고 일부 언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정진곤 수석이 교과서 수정 논란에 대한 보고를 하자 수정을 거부하고 있는 출판사의 입장과 정부의 검인정 취소 얘기가 출판사 쪽에서 나오고 있는데 이럴 경우 부담은 정부가 지게 되는 것 아니냐, 연구는 해봤냐는 등의 질문을 던졌다.

또한 정진곤 수석이 “특정 출판사는 교과서를 수정할 경우 전교조가 교과서 불매운동에 나설 수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말하자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가 어떻게 대처 했길래 전교조만 두렵고 정부나 타 단체들은 두렵지 않다는 것이냐”는 반응을 보인 것. 이러한 보도에 대해 네티즌들은 출판사를 협박하고 국민을 우롱한다며 반발하고 나섰고 비난 여론이 끊이질 않았다.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오해'라며 해명에 나섰다. 지난 1일 정례브리핑에서 김은혜 부대변인은 “취지는 다른 여론도 있으니 들어보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확대비서관회의나 수석비서관회의 발언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은 채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게 사실이다”라고 말하며 “단어 하나에 집착할 것이 아닌 전체 맥락에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또한 교과서 문제에 대해 정부의 방향은 “좌편향 우편향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는 것”이라고 밝혔고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제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알고 싶다”며 정확한 입장을 표명해줄 것을 요구했다.

집필진 동의 안 한 수정 말도 안 돼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금성출판사 측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수정지시안'에 대해 받아들이고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집필진들은 출판사를 상대로 수정의견 계획을 철회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지난달 30일 금성출판사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집필진 6명은 보도자료를 통해 “집필자들의 이름이 명시된 책의 내용을 발행자가 임의로 바꾸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이 같은 행위는 저작권에 위배되고 집필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과서의 부당한 수정과 채택 개입으로 일어나는 모든 책임은 교과부에 있다”고 밝히며 “이러한 행위가 중단되지 않을 시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고 그들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집필진 6명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교과서 수정 요구를 철회하고 수정 작업을 집필자의 자율적 판단에 맡길 것, 근현대사 교과서 교체 압력 중단, 교과서 채택의 자율성과 교육의 중립성 보장 등을 교육과학기술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2일 해당 출판사인 금성출판사가 직접 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금성출판사의 김인호 대표는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회사 경영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빨리 논란을 종결해서 정상적인 경영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교과서 논란이 지속되면 회사 경영이 수습하기 어려운 국면에 처할 것 같아 현실을 받아 들이겠다”고 말했다. 또한 “집필진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집필진들이 저작권을 들어 법적 대응을 할 경우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마음의 준비는 해두고 있다”고 집필진들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교과서 논란이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갖는 하나의 안타까운 일인 것 같다, 과거보다는 미래를 향해 전진하는 날이 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고등학교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을 둘러싸고 수정안에 대한 찬성 입장과 반대의 입장이 극명히 갈리고 있는 가운데 당분간 그 불씨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데이코리아 최유미 기자 cym@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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