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강원 기자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본협상을 앞두고 미국은 우리나라의 세제, 입법과정, 공공분야의 개편 또는 개방까지 요구한 것으로 확인돼 향후 FTA 협상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또 미국은 우리측의 현안인 쌀시장 보호, 개성공단 물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이거나 입장을 유보한 반면 자국내 농업과 섬유를 보호하기 위해별도의 `협상분야(챕터)'까지 설정하는 공세적 태도를 보였다.
5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시작될 1차 본협상에는 우리측에서 김종훈 수석대표를 비롯해 23개 부처 및 11개 국책연구기관의 협상단 146명이, 미국측에선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를 포함해 모두 200명 안팎의 협상단이 각각 참여한다.
우리측 협상단은 3일 오전 출국한다.

◇ "입법.세금도 예외없다"
1차 본협상을 앞두고 2일 통상교섭본부가 일부 공개한 미국측 협정문 초안에서 미국은 배기량을 기준으로 짜여진 국내의 자동차 관련 특별소비세, 지하철공채, 자동차세 등을 개편해줄 것과 FTA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반 법령의 제.개정에 앞선 `입법예고' 기간을 60일로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갈수록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미국 자동차산업의 활로를 보장하고 국내 제반 입법과정에 미국측의 이해관계를 적극 반영하기 위한 포석이다.
특히 미국은 우리나라의 `관세환급제도'의 제한도 요청했다. 한국 수출업체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양국간 협상의 최대 분야인 `상품분야'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통신 분야와 관련해 미국은 "통신사업자에게 통신분야 기술선택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 국내 통신사업자에 대한 정부의 보호막을 걷어낼 작정이다.
심지어 전기, 철도, 수도, 가스 등 공기업에 대해서도 "정부와 같이 FTA 협정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무차별 공세를 폈다.
여기에 국내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노사분규 등을 겨냥해 "한국이 노동관련법 집행에 실패했을 때는 분쟁해결절차에 회부하고 의무를 위반하면 1천500만달러 한도내에서 벌과금을 내도록 한다"고 요구, 비교우위에 있는 미국 서비스산업의 국내진출을 위한 교두보 확보에도 주력했다.
이와 관련, 분쟁해결절차에 따른 판정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우리측은 '양허정지에 의한 해결'을 제시한 반면 미국은 금전적 보상까지 허용하자고 요구했다.
아울러 신약 허가시 특허문제를 사전에 연계해 고려하고 특허 보호기간에는 복제약의 허가를 금지하며, 조류인플루엔자(AI)같은 급성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국가가 강제로 특허권을 파기하고 복제약 생산을 허용하는 `강제실시권'도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자국내 일부 취약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농업과 섬유 분야를 별도의 협상분야로 분류, 섬유분야에 대해선 엄격한 원산지 규정을 제시하고 `특별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도입하자고 보호막을 쳤다.

◇ "공공분야.세제 개편 어림없다"
이에 맞서 우리측은 섬유분야와 관련, 완화된 원산지 규정을 적용하고 관세철폐를 통해 대미 시장접근을 확대할 방침이다.
원산지 규정을 완화하게 되면 자연히 개성공단 물품의 `한국산' 인정도 쉬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자동차 관련 세제의 개편 문제는 수용할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이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미국측은 오래전부터 우리나라가 자동차 배기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내외국 차별이라고 주장해왔다"면서 "그러나 자동차 관련 특별소비세, 지하철공채, 자동차세는 모두 지방자치단체 세수의 주요 원천인 만큼 양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의 공공분야 개방 요구에 대해서도 "통상적으로 FTA에서는 철도, 가스, 수도, 전기 등 공공분야는 개방하지 않는다"면서 "공공성이 강한 교육과 서비스 분야도 개방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못박았다.
특히 서비스 시장에 대해서는 "국내 서비스 산업별 특성과 경쟁력 수준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개방해 국내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국제수지 위기가 발생하는 등의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국경간 자본거래 및 송금을 제한하는 `일시적 긴급제한조치'가 적용될 수 있도록 한다는게 우리측의 복안이다.
이와 함께 미국측의 유보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경쟁력이 확보된 전문인력의 미국 진출을 위해 `취업비자'를 우선적으로 신설하는 등 공세도 취해나갈 생각이다.
통신.전자상거래 분야에서도 "공공성과 정당한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 개입이 필요하다"면서 미국측의 요구를 피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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