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만화 선두주자’ 지적 가슴 아프지만 窓의 변화에 적응해야

지난 3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온라인 만화가 강풀 씨를 모시고 예술, 문화 전문가들과의 대담 프로그램 '아트샤워 2'의 6번째 시간을 가졌다.

온라인 만화가 1세대로 '순정만화',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의 많은 작품을 미디어다음에 연재, 누리꾼들의 폭발적 인기를 끌며 한국 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강풀 씨가 '신세대 온라인 만화의 인기 비결=고전적 스토리텔링'이라는 주제로 오프라인 만화와는 차별화된 자신만의 노하우 등을 밝혔다.

'아파트', '바보'에 이어 최근 '순정만화'까지 영화로 제작되면서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지만 원작의 엄청난 인기와는 반대로 지금까지 영화로 제작되면 영락없이 흥행에 실패하는 데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 질문에 그는 “원작만을 제공했을 뿐 영화 제작은 그들의 몫 아닌가”라며 너스레를 떤다.

하지만 자신의 만화가 워낙 분량이 방대해 2시간짜리 영화에 담기에는 버겁고 그렇다고 어느 부분을 빼면 전체 스토리가 무너지는 경향도 있고 해서 어려워들 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이미 봤기 때문에 홍보에는 많은 도움이 될지 몰라도 시나리오 작가들은 원작과의 비교라는 독자의 눈에 부담을 느낀다고 토로해 “독자가 많다는 것이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5·18이라는 시대적 고민이 담긴 '26년'으로 '좌파'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누구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얘기할 수 있고 본인이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은 만화였기 때문이라며 '색깔논란'을 일축했다.

칸 없는 만화의 국내 창시자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유명해졌기 때문에 '1호'라는 칭호를 받는 것일 뿐 누군가가 이미 시도했을 것”이라고 자신을 낮추면서도 “사실은 만화 그리는 것을 배운 적이 없어 칸 만화 연출법을 몰랐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이며 “그래서 더욱 스토리에 매진하자고 다짐했다”고 속내를 밝혔다.

또한 웹툰 만화이다 보니 모니터 상에 좌우는 국한돼 있지만 마우스가 상하공간으로 움직이기 편하다는 점에 착안해 길게 펼쳐지는 만화를 그리게 됐고 그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보통 만화가는 인세로 먹고사는데 반해 본인은 영화 판권으로 먹고산다는 짓궂은 질문에 곧바로 '정답'이라고 말해 청중을 웃게 한 그는 자신의 모든 작품이 영화나 드라마, 만화로 제작될 예정인데 그만큼 사랑해준데 대해 항상 고마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만화가 공짜라는 인식을 심어준 선두주자가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에 대해 “만화가로서 가장 가슴 아픈 부분”이라고 일정 부분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인터넷이라는 환경의 변화를 거스를 수 없다면 만화가들 역시 그러한 추세에 맞출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꼭 소장하고 싶은 만화'라는 자신의 궁극적 목표를 반드시 이뤄내 독자들이 자신의 웹툰을 오프라인에서 소장본으로 꼭 사게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재미를 위해 편의점 직원에 택시기사까지 자신을 카메오 출연시키고 아내가 재미있다고 할 때까지 스토리를 바꾼다는 강풀 씨는 후배 만화가와 지망생들에게 “만화를 배운 적도 없는 나 같은 사람도 성공했다”며 “비관과 비판에만 젖어있지 말고 100번의 습작보다는 한번의 실전을 위해 당당하게 자신의 작품을 내보이길 바란다”는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펼치고 있는 '아트샤워'(Art Shower)는 '생생한 문화의 현장에 푹 빠진다'란 의미로 문화 예술계 거장들을 모시고 매주 한번씩 살아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으로 오는 10일에는 한국적 정서의 재창조로 '공연 1번지' 대학로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연극 연출가 배요섭 씨가 출연할 예정이다.

투데이코리아 최유미 기자 cym@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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