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백악관 주변 행진시위 평화적으로 마쳐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를 주축으로 한 반(反) FTA 원정시위대는, FTA 협상 착수를 하루 앞둔 4일 워싱턴 백악관 주변에서 첫 시위를 갖고 본격적인 FTA 반대활동에 나섰다.
도미(渡美)한 원정시위대 40명은 이날 오후 백악관 주변 도로 4km구간에서 미국내 한인단체 및 미국내 반전.반세계화 단체 관계자 등 250여명과 함께 행진을 한 뒤 백악관 앞 라파예트 광장에서 집회를 갖고 `FTA 협상 중단' 등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이날 워싱턴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80여분간 질서를 유지하는 가운데 평화적으로 시위를 벌였으며, 당초 우려했던 불법.폭력사태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시위대는 FTA 1차 협상이 끝나는 오는 9일까지 기자회견, 촛불시위, 워크숍 등을 잇따라 열고 한미 FTA체결의 부당성을 적극 알려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2시30분께부터 백악관 인근 뮤로공원에 집결한 시위대는 `NO FTA', `STOP FTA' `KORUS(한미) FTA=경제식민주의', `미국과 한국의 민중이 단결하여 FTA 막아내자' 등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사물놀이패를 앞세운 가운데 오후 3시께부터 행진에 나섰다.
뮤로공원을 출발한 시위대는 백악관을 중심으로 국제통화기금(IMF) →미국 무역대표부(USTR)→ 백악관 앞 잔디밭→상무부→재무부 →백악관 뒷쪽 라파예트광장에 이르는 대로 4km를 따라 행진하며 "자유무역 결사반대" 등 FTA 반대구호와 노래를 부르며 한미 FTA의 문제점을 미국사회에 적극 알리고자 부심했다.
특히 시위대는 IMF 건물과 USTR 건물, 미 상무부 건물 앞 도로에선 행진을 한동안 멈추고 도로에 주저 앉거나 드러누워 지난 97년 IMF 사태와 미국의 통상압력 등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날 행진시위에는 전국농민연합,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민주노총 등 FTA저지 범국민운동 본부를 주축으로한 원정시위대 40명을 비롯해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온 미국내 한인 FTA 반대 단체 관계자 150여명, `ANSWER'를 비롯해 미국내 반전 및 세계화 반대 단체 관계자 100여명 등이 참석했다.
시위대 대부분은 회색 티셔츠 차림에 `NO KORUS FTA'라고 쓴 주홍색 머리띠를 매 눈길을 끌었다.
옥색 두루마기 차림으로 시위에 함께 참여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미국 의회의 의원들에게 한미 FTA의 문제점을 알리고 반세계화 투쟁에 동참하기 위해 이번 시위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홍콩에 이어 국제 시위에 두번째 참가했다는 한국농업경영인경기도연합회 강우현 회장은 "당초 600여명이 원정시위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막판에 비자가 대거 거부돼 40여명만 오게 됐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경찰당국은 이날 시위대 앞뒤에서 에스코트하는 한편, 사전에 시위대가 지나가는 주요 교통로에서 차량을 통제하며 평화적인 시위를 보장했다.
또 USTR과 재무부 등의 건물 앞에는 정복차림을 한 경찰들을 1m 간격으로 배치,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시위대들도 당초 허가된 행진시간을 준수하고 시위 참가자들이 허가구역을 이탈하지 않도록 질서유지반을 별도로 편성해 행진을 유도하는 등 준법.평화시위를 벌였다.
백악관 주변에 있던 일부 미국인들은 사물놀이패를 앞세운 시위대를 호기심어린 듯 바라보거나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관심을 보였으나 별다른 호응은 없었다.

80여분간 행진을 마친 시위대는 백악관 북쪽 라파예트 광장에서 잇따라 집회를 열고 FTA저지 투쟁 의지를 다졌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연설에서 "한미 FTA 반대 투쟁은 제2의 IMF사태를 막기 위한 투쟁"이라면서 "우리의 투쟁은 정부에 대한 반대운동이자, 인간의 얼굴을 하지 않은 FTA에 대한 반대투쟁"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원정시위대는 FTA협상이 열리는 5일 오전엔 협상장인 USTR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내셔널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오후에는 백악관 뒤쪽 라파예트광장에서 촛불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또 7일엔 미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의회에서 백악관까지 거리행진을 벌이는 등 오는 9일까지 FTA 반대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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