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타 RTM 출시 예고..IT 시장 불경기 해소가 관건

새로 출시되는 윈도우 비스타가 IT특수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차세대 운영체제, 윈도우 비스타(Windows Vista)가 4년간의 여정을 거쳐 드디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RC1을 공개한 뒤 한 달만에 좀 더 안정성이 향상된 RC2가 공개되는 등, 이변이 없는 한 11월 RTM 출시라는 MS의 목표는 지켜질 듯하다. 하지만 윈도우 비스타 RTM 공개가 침체된 용산전자상가에 폭발적인 수요를 선사할 수 있을까? 아쉽지만 그 정답은 내년 상반기에나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윈도우 비스타, IT 특수 가져오나?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9월 말, 기자는 한 지인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역시 그의 지인의 이야기를 전한 것인데, MS의 고객 지원 부서에 있는 지인이 얼마 전부터 윈도우 비스타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유를 물어 보니, 올해 11월에 윈도우 비스타의 RTM이 출시되고 볼륨 라이센스 버전이 공급되면 바로 고객 지원 업무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란다. 필자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윈도우 비스타의 RTM 출시가 임박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MS는 9월에 RC1을 공개한 지 거의 한 달만인 10월 초순, 윈도우 비스타의 RC2를 일부 MSDN 가입자 및 베타테스터들에게 공개했다. RC(Release Candidate ; 출시 후보판)가 한 달 간격으로 두 번이나 나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빌드를 거듭할 때마다 올라가는 빌드 넘버도 RC1이 5600이었던 것에 비해, RC2는 5774로 150단계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윈도우 비스타가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RC2가 RTM 출시 이전 마지막으로 공개되는 버전이라는 소문도 들려온다.

국내외 IT 정보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는 RC2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특히 RC1에서 나타났던 일부 불안정한 동작이나 버그들이 사라지고, 더욱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외국의 유저는, "이번 RC2는 RTM에 가까운(near-RTM) 안정성을 보여주어 만족스럽다"는 사용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RTM 출시되어도… "글쎄?"

이처럼 윈도우 비스타의 RTM 출시가 다가오고 있지만, 정작 용산전자상가의 업체들은 윈도우 비스타 특수가 올해 찾아오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RTM이 11월에 때맞춰 출시된다 해도 이는 일반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소비자들이 접할 수 있는 리테일(Retail) 버전이나 OEM 제품은 내년에야 출시된다.

여기에다 윈도우 비스타 판매의 주체인 MS가 계획하는 대규모 프로모션도 내년에 진행된다. 따라서 용산전자상가의 업체들은 당장 홍보전을 펼치기보다는, 상황을 파악한 뒤 내년에 승부를 건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유저들도 윈도우 비스타에 예상외로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지금 사용하는 PC로도 기본적인 작업은 가능한 상황에서 굳이 업그레이드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소비자는 "자신도 회사에서 마이그레이션 업무상 RC1을 사용해 봤지만 인터페이스 이외에는 딱히 나아진 점을 찾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미디어들이 업그레이드를 부추기는 것은 아닌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10월 9일 발생했던 북한의 핵실험 강행도 시장 예측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번 북핵 사태는 핵전쟁까지 갈 뻔 했던 1994년과는 그 양상이 다르지만, 짧으면 2~3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만은 분명하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100만원 가까운 비용을 운영체제 업그레이드에 투자할 수 있는 유저는 드물 것이다.

오보가 비스타 특수를 죽인다?

윈도우 비스타 특수를 가로막는 것은 이런 외적 장애물뿐 만이 아니다. '적은 내부에 있다'는 오랜 격언처럼, 다름 아닌 유저들이 윈도우 비스타 특수를 가로막는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윈도우 비스타'라는 검색어를 넣으면 윈도우 비스타 관련 기사에 대한 리플이나 질문들을 볼 수 있는데 잘못된 정보들 태반이다. '윈도우 비스타는 64비트 버전으로만 출시된다', '윈도우 비스타는 11월에 소비자용 버전이 출시될 예정이었지만 내년으로 출시가 미뤄졌다' 등, MS의 마케팅 담당자가 들으면 정색을 할 내용들로 넘쳐난다.

이는 윈도우 비스타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일부 유저들이 잘못된 정보를 올리고, 이것이 인터넷의 특성인 '펌질'을 통해 확산되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서 윈도우 비스타를 다루는 기사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신문에서 읽었는데 윈도우 비스타는 22인치 모니터가 아니면 못쓰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 공세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런 잘못된 정보 때문에 약간만 업그레이드를 거치면 윈도우 비스타를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유저들이 윈도우 비스타를 포기하는 경우도 흔하다.

전문적인 지식없이 보도자료 만 맹신하는 일부 기자들의 함량 미달 기사가 엉뚱한 효과를 일으키는 셈이다. 이런 현상에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미디어의 책임이 크다고 하겠다.

위와 같은 여러 장애물 때문에, 윈도우 비스타 RTM이 올해 안에 출시되어도 예전과 같은 IT 특수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비록 윈도우 비스타가 내년에 정식 출시되어도, 유저들이 지갑을 열게 만드는 홍보 전략과 미디어의 책임있는 보도가 없다면 몇 년만에 찾아온 IT 특수의 기회는 물 건너 갈 것이 뻔하다.

용산을 비롯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산업의 제 2 부흥은 어느 한 쪽이 아닌 MS와 용산의 업체들, 미디어 모두의 책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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