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금융가 술렁…블룸버그 "한국은 일본 전철 밟을것" 경고

과연 부동산의 거품은 붕괴될까. 붕괴된다면 그 시기는 언제가 될까.

최근 증권·금융가에서는 2~3년내에 국내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는 부동산 버블 붕괴가 일어난다는 소문과 그럴싸한 분석이 나돌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 시기를 2008년, 혹은 2009년이라고 단정하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부동산과 함께 증시도 내년 대선을 전후해 급등한 후 부동산과 함께 급락한다는 소문도 있다.

이같은 소문의 기저에는 현재의 부동산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분석이 자리잡고 있다. 삼성 등 사설연구기관은 최근 부동산에 거품요인이 20~30%이상 끼어 있다는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 부동산 버블 위험수위까지 왔나.

정부의 11.15 부동산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부동산 가격과 전세가격 급등 소식이 연일 들려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부동산 전문가들에게서 부동산 버블에 관한 구체적인 보고서들이 나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또한 외신보도와 국내 일부 부동산 관계자들에게서 국내 부동산 버블 붕괴에 관한 우려 섞인 목소리들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철선 연구위원은 “부동산 거품이 위험지대에 왔다”면서 “최근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가격상승 여파로 '내집 마련'에 대한 서민들의 불안심리가 높아지고 부동산 주택시장이 과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부동산 가격은 2001년 이후 저금리기조 하에서 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 경쟁이 격화되면서 급등세를 나타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외환위기 직후 국내 부동산 가격은 일시적으로 하락하였으나, 곧바로 경기회복과 동시에 재상승했다. 외환위기 직후 진행된 저금리 기조로 인한 전세금 운용수익률 하락→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전세물량 축소→전세가격급등→전세/매매비율 상승→주택가격 상승의 형태로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2004~2005년 연평균 1.0%에 그쳤던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2006년 1~9월 중 전년동기대비 5.2%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가격은 전년동기대비 16.7% 올라, 2005년 연간 상승률(6.1%)을 큰 폭으로 상회했다.

전세가격 상승도 지속되며 지난해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1억2998만원으로 5년 전보다 69.2%나 치솟았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들의 '연소득 대비 집값 배율'(PIR)은 6.0배였다. 매년 벌어서 한 푼도 안 쓰고 모아도 집 한채를 사려면 6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서울은 7.7배였다. 미국(2.7배), 영국(4.1배) 등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강남 집값만 따지면 PIR은 더 높아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3구의 33평 주택의 PIR은 18.9배에 달했다. 이는 지난 199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삼성경제연구원이 경제모형을 통해 버블을 측정한 결과 국내 주택가격에는 상당규모의 버블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상반기 전국 주택가격 버블의 크기는 17.0%였다. 동 시점에 전국 아파트 가격의 버블 크기는 32.4%로 분석됐다.

◇ 버블 붕괴시 800조원 손실 예상, IMF때 보다 2배 이상

'블룸버그 통신'의 윌리엄 페섹은 “한국은 일본의 뒤를 따를 것”이라며 부동산 재앙의 도래를 예고했다. 최근에는 인터넷상에서 '부동산 붕괴 시나리오'가 나도는 등 전문가들의 우려에서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부동산 버블 붕괴설'이 파다하게 퍼져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한 아파트

부동산 경제 전문가들은 일본형 부동산 붕괴와 국내 부동산 상황을 비교하면서 우려를 나타낸다. 양국의 부동산버블은 그 대상과 버블 형성의 주체만 다를 뿐, 형성배경은 유사하다.

일본의 경우 오피스용 토지가 그 대상이며, 중소부동산업자가 버블 형성의 주체였고 1980년대 후반 6대도시 평균지가가 3배 이상 급등했다. 반면 한국은 주택(아파트)이 그 대상이며, 가계가 버블 형성의 주체다. 2002년 1월~2006년 4월 전국 주택지수는 25.0%, 강남 지역 아파트는 74.9% 상승했다.

반면에 양국 간 버블의 확산과정, 정부정책, 금융상황, 버블 규제 등에서 버블형성이 매우 유사하다. 경기둔화기에 경기회복을 위한 저금리 정책으로 풍부한 시중 유동성 공급이 가능했고, 시중자금이 집중된 은행권의 부동산관련 대출 경쟁이 심했다는 점 등이 그렇다.

경제 전문가들은 흔히 한국 경제를 '일본의 10분의 1'로 규정한다. 이 공식이 적용될 경우 부동산 거품이 파열됐을 때 우리 경제가 받을 타격도 막연하게나마 추정 가능하다. 일본의 거품 파열 비용 1000조엔의 10분의 1인 100조엔. 요즘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800조원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정부통계로 우리나라 지가는 2000조원을 넘어섰다. 부동산 포털 등은 이와 별도로 지난해 아파트 값 총액이 1000조원을 넘어섰다고 분석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지난해 상반기 아파트 값 거품 32.4%가 꺼진다고 가정하면 800조원대 거품 증발이란 계산이 쉽게 나온다.

전문가들은 IMF사태를 겪으면서 대략 300조~400조원 안팎의 국부손실이 초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부동산 거품 붕괴가 IMF때보다 최소한 2배 이상 커다란 충격을 안겨줄 지도 모를 경제 위기에 봉착해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국내 부동산시장도 높은 부동산 가격 하에서 극도의 거래부진 현상이 지속되는 부동산시장의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을 거치면 붕괴될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시장의 초과수요 현상이 해소되고 경제가 저성장을 지속할 경우 시장에서 더 이상 '부동산 불패' 심리가 버티지 못하면서 부동산 버블은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신경제연구소 함태욱 실장은 “버블은 인정하지만 평균적인 비율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면서 “버블이 붕괴될 가능성은 없고 내년 전국 집값은 2~3% 물가수준으로 급등락 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피드 뱅크 김광석 실장은 “추석이후 부동산 가격 추세는 100%거품이 맞다”면서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기는 힘들고 상승세가 가라앉아 안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임덕호 교수는 “부동산 시장을 1~2년 단기적으로 보기보다 5년 이상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 버블이라 개념 짓기는 어렵다”면서 “부동산 가격이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기회비용에 비해 완만한 상승을 나타내면 이는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시장은 이미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 하향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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