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기업 대출자 살인금리 적용, 한은 금리는 계속 인하 하는데

원·엔 환율의 강세로 엔화 대출및 일반대출을 받은 중소기업대출자들이 살인적인 금리로 고통을 받고 있어 금융당국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원·달러 환율 및 원·엔 환율의 급등세가 지속됨에 따라 올해 3월, 10월 두 차례에 걸쳐 외화대출 상환기한 연장(최장 2년)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 조치에도 불구하고 외화대출(특히 엔화대출)자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개선되지 않아 한은은 지난 1일 상환 기한 제한을 완전히 폐지하는 등 외화대출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이날 한은 관계자는 “이번 조치를 통해 운전자금 외화대출 차주들의 어려움을 완화시키는 한편 상환기한의 연장 등을 통해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자금운용계획을 수립할 수 있어 기업경영 애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은의 예상과는 달리 외화대출 특히 엔화대출자들의 부담을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증가했다.

이에 '엔화대출자모임'(이하 엔대모)은 23일 한국은행 본점에서 집회를 갖고 은행들의 살인적인 금리를 비판하고 이런 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을 촉구했다.

올해 초 원·엔 환율은 100엔에 800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재 원·엔 환율은 1490대에 육박하고 있다. 대출금을 원화로 갚아야 하는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두 배가 된 셈이다.

엔대모 관계자는 “애초 2% 였던 금리가 최근 8% 까지 치솟았으며 환율 상승으로 인해 담보가치가 하락했다면서 대출 연장시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며 금융당국에 은행의 이러한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한은은 은행들이 대출 만기시 금리를 올리고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것은 은행의 내부적인 사정에 따른 것이라며 한은이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엔화대출에 대한 이자부담의 칼자루는 은행이 쥐고 있는 셈이 됐다.

엔대모 관계자는 일부 은행들은 대출 연장 때 적용하는 금리를 처음 대출 당시의 환율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올라간 환율을 적용해 대출자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은행을 비판하기도 했다.

은행은 정부가 건전성 제고를 위해 20조원의 펀드까지 조성해 가며 은행을 살리겠다고 한 상황에서도 오히려 자기에게 유리한 조항만을 적용해 제 살기에 바쁜 것이다.

외화대출 뿐만 아니라 예금금리와 담보대출 금리 관련해서도 은행은 서민들의 어려운 사정은 뒷전이다.

한은의 사상 초유의 파격적인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인하는 더디기만 하다.

최근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가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91일물) 금리의 하락세가 계속돼 4%에 근접하고 있어 일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가 4%대로 진입하기도 했지만 그 하락폭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와는 반대로 시중은행은 계속해서 정기예금금리를 내리고 있다. 그 인하 폭도 0.5%에서 1%까지 크다.

하지만 은행은 한은의 지난 번 금리인하의 영향이 시장에 다 반영된 것이 아니라며 추가적인 예금금리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만간 예금 금리는 또 내려갈 전망이다.

이쯤되면 정부는 은행의 재무 건전성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윤리성을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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