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이기창 특파원 =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 1차협상 사흘째인 7일 대부분 분과에서 비교적 순조롭게 축조 심의를 진행, 상당수 분과에서 통합협정문을 만들어냈으나 쌀을 포함한 농업과 위생검역(SPS) 분과는 이견이 워낙 커 통합 협정문 작성에 실패했다.

김종훈 한국측 수석대표는 이날 협상이 끝난 뒤 브리핑에서 그러나 "전체적으로 협정문안의 40% 정도에 대해 합의가 이뤄짐으로써 최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의 협상때에 비해 속도가 빠른 편"라고 전반적인 협상 상황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전날 노동과 경쟁 2개 분과 협상이 끝난데 이어 이날은 원산지.통관, 분쟁해결.투명성.총칙, 통신.전자상거래, 금융서비스, 투자, SPS 6개 분과와 자동차 1개 작업반의 협상이 끝나 모두 9개 부문의 협상이 마무리됐다.
협상이 끝난 분과 중 통합협정문 마련에 실패한 SPS를 제외한 나머지는 분과 또는 작업반은 협정문을 만들었거나 작성중이며, 일부는 다음달 2차 협상 이전까지 협정문을 만들기로 했다.
8-9일에는 상품무역, 섬유, 의약품.의료기기, 무역구제, 환경, 서비스, 지적재산권, 농업 8개 분과 또는 작업반의 협상이 계속된다.
농업 분야에서는 세이프가드와 '저율관세 수입물량'(TRQ) 부분에 대해 입장 차이가 전혀 좁혀지지 않았고 SPS에서도 분쟁 협의 메커니즘과 투명성 등 기존 쟁점이 그대로 남았다
우리측은 협상에서 한국 농업 보호를 위한 세이프가드가 필요하며, TRQ도 계속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반면, 미국은 이에 이견을 표시해 1차 협상에서 통합협정문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김대표는 전했다.
우리측은 미국이 호주와의 FTA 협상때 자국 농업 보호를 위해 세이프가드 조항을 넣었으며, TRQ도 오래전부터 운영돼왔을 뿐 아니라 세계무역기구(WTO)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국측은 TRQ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향후 쟁점별 논의를 계속 진행시켜 2차 협상 이후 통합협정문 작성을 모색키로 했다고 김대표는 말했다.
SPS 분과에서 한미 양측은 SPS 기준을 세계무역기구(WTO) 기준에 따라야 하고, SPS 분쟁은 FTA 상의 분쟁 해결장치에 회부하지 않는다는데 의견을 모았으나 분쟁 해결 장치에 관한 이견으로 통합 협정문 마련에 실패했다.
노동 분과에서는 국제노동기구(ILO) 수준의 노동권을 보장한다는 원칙에 양측이 동의했으나 퍼블릭 커뮤니케이션 제도 도입 여부와 분쟁해결 절차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합의를 하지 못했다.
경쟁 분과에서는 정부가 독점, 공기업을 지정하는 권리를 그대로 인정키로 했고 이들 기업의 개방 문제는 다른 분과에서 다루기로 했다. 양측은 또 경쟁법 집행 협력협정 논의도 FTA 협정과 병행해 재개키로 했다.
분쟁 해결 등 총칙 분과에서는 이번 FTA가 미국의 연방정부 뿐 아니라 주 정부와 지방 정부에 대해서도 모두 적용된다는 점을 확인했으나 입법예고 기간에 대해서는 각각 20일과 60일로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원산지 통관 분과의 경우 개성공단과 관련해 역외 가공방식 인정을 요구한 우리 입장을 `괄호'로 처리한 채 통합 협정문을 만들었다.
금융분과도 양측간 입장차이가 커 협정문을 만들지 못했으며, 2차 협상 이전까지 협정문을 작성하기로 했다. 쟁점사항인 국경간 거래는 소비자의 보호가 중요하다는 우리측 입장에 미국이 이해를 표시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금융서비스에 대해서는 국내법이 허용하고, 금융시장 안정과 소비자 보호 등건전성 확보를 위한 감독당국의 허가제가 유지되는 조건에서 허용할 것을 미국측 입장을 확인하고, 향후 부처간 협의를 거쳐 우리측 입장을 결정하기로 했다.
자동차 분과의 경우 양측의 대립이 첨예할 것이란 관측과는 달리 하루만에 협상을 마무리했으나 자동차 세제 등을 둘러싼 이견은 현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측은 국내 자동차세제와 관련, 배기량 기준인 현행 제도를 가격이나 연비 등 보다 중립적인 기준에 따라 개편하라는 입장을 고수, 이를 쟁점사항으로 처리했다.
의약품.의료기기 분과에는 양측 대표들이 직접 참석해 협상을 지켜보는 등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협상이 진행됐으며, 양측은 8일까지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는 의약품이 양국간의 오랜 통상 현안임을 지적하고, 좋은 약품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이 확보돼야 하며, 신약개발의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이 같은 점들이 중요하다는데 공감하면서도 한국의 의료보험제도와 건강보험 재정의 건정성 유지가 중요하며, 이에 대한 양측의 상호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우리측 입장을 설명했다.
섬유분과도 이날 협상이 시작돼 우리측이 미국의 시장접근 개선과 관세철폐를 요구했으나 미국측은 시장보호를 위한 세이프가드가 필요하다고 맞서 양측간 입장 차이를 확인한채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
투자분과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내국민 대우 원칙, 이행의무 부과 금지, 송금자유 보장 수용과 관련한 원칙 등에 대해선 의견이 일치했으나 우리측은 일시 세이프가드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 반면, 미측은 반대 입장을 견지했다.
통신.전자상거래의 경우, 전자적 전송거래에 대한 무관세 관행을 유지하는 것은 좋으나 영구화하는 것은 앞으로 재검토돼야 하며, 기술선택의 자율성 보장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우리측 입장을 밝혔다.
환경분과는 이날 상호 제도와 정책에 대한 설명을 한 것을 시작으로 9일까지 협상을 계속할 예정이다.
김대표는 5일 시작돼 이날로 반환점을 넘어선 1차 본협상이 전반적으로 "우호적이고, 건설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분과별로 다르지만 만족할만 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대표는 앞으로 남은 8-9일 이틀간의 협상에서도 목표달성을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하되, 쟁점 사항에 대해서는 신중히 접근할 것임을 강조했다.
김대표는 이번 협상의 진척도가 싱가포르와의 협상 때보다는 느리지만 다른 FTA협상에 비해서는 비교적 빠른 편이라며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고 거듭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대표는 이날 양측 수석대표와 분과장들이 참석한 마무리회의에서 미국측도 협상이 "유익하고, 건설적이며,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양측 대표들은 이번 협상에서 상호 입장을 확인하고, 쟁점사항을 가려냄으로써 같은 텍스트를 가지고 다음 협상에 임하도록 하자는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고 김대표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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