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지난 18일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이하 한·미 FTA 비준안)'을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단독으로 상정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지난 18일 오후 2시 5분쯤 박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을 포함해 11명의 한나라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어 한·미 FTA 비준안을 상정하고 이를 '법안심사 소위원회'로 넘겼다.

이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들은 강력한 대여 투쟁에 나서기 시작했고 현재 여·야는 각종 쟁점법안들의 처리를 둘러싸고 사생결단의 정면대결을 벌이고 있다.

물론 각종 현안이나 법안에 대해 여·야가 입장을 달리하고 대립하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므로 이 자체를 비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기자가 한심하게 느끼는 것은 한·미 FTA 비준안을 대하는 여·야의 한심한 인식과 태도이다.

먼저 한·미 FTA 비준안에 대한 여당인 한나라당의 인식은 정말 수준 이하라 할 수 있다.

한·미 FTA 비준안의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여당 단독 상정을 강행한 한나라당은 “우리가 먼저 한·미 FTA 비준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미국을 압박할 수 있고 미국의 재협상 요구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아무리 봐도 신빙성이 부족하다.

한·미 FTA 찬반을 떠나 미국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 시절인 지난 5월 부시 대통령에게 "한·미 FTA 비준안을 의회에 내지 말라"고 요구했다.

미국 자동차 산업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미국 자동차 업계 상황은 그때보다 더욱 악화돼 지금은 정부의 지원이 없이는 한 달도 생존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이런 이유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19일 오전 9시 백악관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업체에 앞으로 3개월간 두 번에 걸쳐 174억 달러의 단기 구제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즉 미국과 같은 세계 최강대국이 우리나라 국회가 한·미 FTA 비준안을 통과시켰다고 해서 압박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설득력이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죽어가는 자국의 자동차 업계를 살리기 위해 국민 세금으로 구제자금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미국이 과연 우리나라 국회가 한·미 FTA 비준안을 통과시켰다고 해서 압박을 받는다는 것은 상식 이하의 주장에 가깝다.

오히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한 후 자동차 재협상 카드를 꺼낼 가능성만 더 커진 상황이라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이 있다 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한·미 FTA는 한·미 양국 의회가 한·미 FTA 비준안을 모두 통과시켜야 발효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미국 상황으로 봐서 미국 의회가 언제 한·미 FTA 비준안을 통과시킬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 마디로 말해 한나라당은 설사 지금 당장 우리나라 국회가 통과시킨다 해도 발효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미국 의회에서 언제 통과시킬지도 불확실한 한·미 FTA 비준안을 야당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당 단독으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상정해 지금의 국회 파행의 큰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하지만 야당인 민주당의 태도도 한심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바로 현재의 극단적인 여·야 대립을 있게 한 한·미 FTA를 시작하고 체결한 주체가 바로 참여정부였고 그 참여정부 시절의 여당이 바로 민주당이었다.

또한 민주당도 현재 여당이 한·미 FTA 비준안을 날치기 상정한 것과 사실상 똑같은 행위를 한 적이 있다.

지난 2월 당시 김원웅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위원장은 한·미 FTA 비준안의 상정을 위해 질서유지권을 발동했을 뿐만 아니라 회의실을 바꾸기까지 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민주당 의원들이 한·미 FTA 비준안의 날치기 상정을 막는다고 해머들고 날뛰고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것은 정말로 자가당착이고 누워서 침뱉기다.

투데이코리아 이광효 기자 leekhyo@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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