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여옥 의원

오늘 제가 소속한 상임위는 결국 열리지 못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상임위원장석에 앉아 의사진행을 막는 바람에 열리지 못했습니다. 비교적 점잖은 분들이 많으신데

민주당 포함해서요. 그 분들도 겉으로야 어쨋든 속은 쓰라릴 것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그 가운데 한 분, 악수를 하는 제게 '아이고-미안합니다'하고 작은 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참 안쓰러운 민주당입니다. 야당에서 벗어난지 얼마 안 된 저--야당하는 그 쓰라림과 고통 잘 압니다. 여당노릇도 쉽지 않지만 야당노릇--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제가 쓰라린 야당생활할 때 때로는 '이러다 또 지지 않을까?'하는 불안에 빠졌을 때 큰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제게 도움을 준 이는 당시 여당의 중진의원이었습니다. 같은 상임위에 있으면서 그 분은 '입장''이데올로기''성별'까지 모든 것이 천지차이지만-- '존경할 만한 적(?)'이라고 저를 불렀습니다.

국정감사를 갔을 때였습니다. 하루하고 하루 비행기타는 시차와 피곤함에 그 날 비행기안에서 내리면 자야지하며 술을 한두잔 했습니다. 다소 적개심이 알콜로 느슨해졌을 때 그 분이 제게 말했습니다. "전 의원, 그렇게 원하는 정권교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아요?'

첫째,한나라당이 특정지역 정당에서 벗어나야 되요. 선거는 중원을 잡지 않으면 그러니까 서울과 수도권에서 표를 얻지 않으면 어떤 정당도 집권 못합니다. 그러니 영남당에서 벗어나요. 전국정당으로 가요.
호남에도 자주 가세요. 호남사람들 표 안준다? 그럴 지도 몰라요- 하지만 서울에 가 있는 호남출신 사람들- 친정에 잘하는 신랑 이뻐 보이는 아낙처럼 한나라당에 기울 수도 있어요.

두번째, 절대로 여당을 상대로 떼쓰지 말아요. 차떼기보다 더 나쁜 게 떼쓰기예요.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이고 표결로 지는 모습을 수도없이 지지자들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 지지자들이 '아이고-불쌍한 내 아그들'하게 되요. 세번째.대선후보는 시대정신을 잘 살핀 '맞춤후보'를 내세워야 합니다.

국민들이 비리에 치를 떨면 청렴한 후보를. 국민들이 가난에 허덕이면 경제형 후보를--뭐 이렇게 소비자 기호에 맞는 후보를 내세워야 해요. 우리가 노무현을 선택한 것은 권위주의에 대한 청산이란 시대요구에 맞춤서비스를 한 거요."

그런 요지의 말을 한 한 시간을 그 양반으로부터 들었습니다. 그 분은 술에 취했습니다. 여당의원이니까- 그러나 저는 술에 취할래야 취할 수 없었습니다. 와신상담해야 할 야당의원이니까-- "이런 것 가르쳐 주면 안되는데--" 그 분은 다소 후회하는 표정을 지으며 웃었습니다. 저 역시 감사의 미소로 답했습니다.

저는 '존경하는 적'을 위한 조언을 철저히 실행했습니다. 당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 의견을 제시했고 전략적으로 대선 승리를 위해 그 조언에 제 나름대로의 색칠도 하고 경험도 전술전략을 입히며 그 뒤 3년을 보냈습니다.

오늘의 민주당에 제가 '존경할 만한 적'이 있는가? 글쎄요-그러나 이 나라를 위해 '존경할 만한 적'이 꼭 있어야 합니다. 저는 그런 분들께 제가 4년 전에 들었던 말을 다시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아침 민주당의 모 의원이 라디오에 나와 말했습니다. '민주당은 실력저지하는 수밖에 없다'고- 이 얼마나 시대정신을, 유권자의 정서를 읽지 못하는 말입니까? 저는 민주당에 요구합니다. 몸싸움의, 쇠사슬 동원의 실력이 아니라 진짜 실력을 보여달라고 말입니다. 그래야 정권교체의 꿈이라도 꿀 수 있는 것 아닌지요?

한나라당 국회의원 전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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