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총독부 통계연감 "총740만명 감염" 기록

전북 익산을 중심으로 최근 AI(Avian Influenza=조류독감)가 퍼지면서 온나라가 공포에 휩싸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AI로 인해 14만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충격을 주고있다.

1918~1919년 전세계적으로 AI가 만연하면서 5000만명이 사망했을 때 한국도 참화를 비껴가지 못하고 무려 740만명이 감염됐으며 이중 14만명이 사망했던 사실이 조선총독부 통계자료에서 고스란히 나타난 것이다.

30일 독립기념관내 '3.1운동직전 사회상황'이란 자료에 따르면 1918년 10월부터 서반아감기가 유행, 4개월동안 14만명이 사망했다고 1919년 1월 30일자 매일신보가 보도한 것으로 밝혀졌다(스페인독감을 국내에서는 서반아감기라고 지칭했는데 후술하다시피 스페인독감이 AI의 한종류였다는 것이 지난해 네이처지와 사이언스지에 의해 밝혀진바 있다).

당시 매일신보는 "경성(현재 서울), 인천, 대구, 평양, 원산, 개성 등지의 시가지에 서반아감기가 만연했고 이로 인해 관공서의 업무가 마비되는 곳도있었으며, 각 학교가 휴교하고 회사들의 업무에 차질을 가져 왔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당시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통계연보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 조선인 치사율 일본인보다 훨씬 높아

독립기념관 자료에 따르면 경무총감부의 통계연보 95면에는 "1918년 11월 유행성 독감이 급속히 퍼지면서 조선인은 742만2113명이 발병, 13만9128명이 사망했고 일본인은 15만9916명이 발병해 이중 1297명이 사망했다"고 기록돼 있다. 조선인의 치사율이 1.88%로 일본인의 0.81%에 비해 높았던 것은 쌀값폭등과 그로인해 가중된 민생의 피폐에다 AI가 겹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통계연보에 따르면 이같은 대재앙은 1918년도의 월별사망자 통계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1월 이래 매월 3만에서 3만5000명 내외였던 사망자가 11월에는 12만1941명으로 급증한 것이다.

AI로 인한 참사모습은 당시 매일신보에서 생생히 보도하고 있다.

1918년 11월13일자에서는 "진주 경내는 도당관으로부터 막벌이꾼까지 감기들린 사람투성이요 장사거리도 자연히 한산하며 해만 지면 행인이 끊어짐으로 진주는 실로 적막하기가 한이 없다더라<아래그림 참조>"라고 보도하고 있다.

같은달 14일자에는 "악성감기의 창궐로 인하여 지방 우편국중 국원이 전멸되어 다른곳에서 응원자를 파견케한 곳은 평남 지천군 우리, 충남 아산 우편국, 인천 뎐화계, 김천 우편국으로...(중략)...부산같은데는 삼백오십팔명의 국원중 백칠십오명의 환자가 있다...<아래그림 참조>"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같은달 28일자에는 "충남 서산 지방의 유행성 감기는 오히려 맹렬하여 자꾸 창궐되는 바 일반 환자의 정확한 수효는 도저히 알수 없으나 총인구 팔만여명중에서 육만오천명의 환자가 있다하며 가장 근심할 일은 사망자가 다수에 달하여...<아래그림 참조>"라고 보도했다.

◆ 대부분 학교 휴교 농촌 추수인력 거덜나기도

같은달 16일자에는 농촌의 상황도 다음과 같이 상세히 보도했다.

"병인이 없는 집이 없으며 아직 추수는 덜 됐는데 일꾼들은 모두 그 감기에 걸려서 누워있는 까닭으로 베어놓은 볏단을 논둑에 늘어놓은채 끌어들일 도리도 없으며 일기는 점점 추워지고 햇살은 점점 짤려가는(짧아져가는) 까닭으로 각 농가에서는 마음은 조급하나 어찌할수가 없어서 걱정중이라 한즉...<아래그림참조>"


이 같은 조선의 참상은 당시 미국의 '자마'라는 의학학술지에도 자세히 기록돼있다. 1919년 4월 자마지 981~983쪽에 걸쳐 게재한'코리아에서 확산되는 인플루엔자(PANDEMIC INFLUENZA IN KOREA)'라는 연구 보고서에서 AI 최초 발원지는 시베리아였고 철길을 따라 확산됐다고 보고함으로써 최근 AI가 국도를 따라 확산한것과도 너무도 유사하다.

◆미국 자마誌 1919년4월호 참사 생생히 보고

자마지는 당시 일본당국이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환자의 정확한 수효는 알수 없지만 인구의 4분의1(one quarter)에서 절반(one half)이 감염, 대다수 학교가 휴교했으며 그 증세는 기침으로 시작해서 화씨 104~105도의 고열이 동반된다고 소상히 밝히고 있다.

한편 1918년 스페인독감이 AI였다는 사실은 지난해 한 과학자에 의해 밝혀졌다.

미국 메릴랜드주의 미 육군 병리학 연구소의 토벤버거라는 과학자는 지난해 10월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1918년 전세계인구 5000만명을 사망케 했던 스페인독감이 AI였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 논문에서 그는 "1918년 독감바이러스의 8개 유전자 분절 모두가 살마 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과 중요한 부분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며 이는 1918년 독감바이러스가 모든 포유류 독감 바이러스중 조류독감과 가장 유사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알래스카의 동토를 찾아 사체로부터 조직을 얻어낸 홀틴이라는 또 다른 과학자의 굴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수십년간 끈질기게 스페인독감 연구에 매진해온 토벤버거의 집념이 함께 만났기에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가을이면 꼭 모습을 드러내는 현대의 흑사병 'AI'가 과연 올해에는 어디까지 기승을 부릴지 심히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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