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경제 논객의 몰락’ VS ‘대한민국 기본권의 몰락’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의 유명한 경제 논객 '미네르바'가 최근 정보통신법 위반으로 구속돼 일부 네티즌들은 물론 여론에서까지 문제를 제기,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이 주장하는 미네르바의 혐의는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 위반. 미네르바가 이 같은 혐의를 받은 이유는 다름 아닌 지난해 12월 29일 미네르바가 온라인에 쓴 '정부 긴급업무 명령 1호'라는 글 때문이다.

검찰 “미네르바, 온라인 통해 '혹세무민'” VS 여론 “강만수 장관이 '혹세무민'”

이글에서 미네르바는 “정부가 오후 2시 반부터 내국의 은행과 기업들에게 달러를 사지 말라고 했다”며 “지난번에 3개월 6개월 미뤄놓은 달러 빚과 각종 연말 결제자금들의 환율이 오늘, 내일 결정되기 때문에 그 흐름을 놓치지 마라”라고 네티즌들에게 충고했다. 미네르바의 글로 인해 온라인상이 뜨거워지자 기획재정부가 직접 해명 자료를 내는 등 한바탕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미네르바를 전기통신기본법 위반으로 체포, 그를 허위 사실 유포라는 죄목으로 구속했다. 미네르바가 위반했다고 알려진 '전기통신기본법'의 47조 1항을 보면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검찰은 “미네르바가 허위 사실을 절대 다수가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을 통해 알렸다면 현행법 위반으로 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검찰이 미네르바의 허위 사실 유포 죄목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로 제시한 것은 그의 글속에 '긴급공문을 전송했다'라는 대목으로 검찰 조사 결과 정부와 대기업에서는 “사실 무근이다”라고 주장하고 있고 포털 사이트에 미네르바의 글로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는 점도 검찰이 제시한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검찰의 이 같은 조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다음 '아고라' 네티즌들을 포함, 미네르바를 지지하는 이들은 “미네르바를 구속한 것은 정부가 비판과 모욕을 구분하지 않고 언론의 자유를 구속시키려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미네르바가 사이버공간을 이용해 '혹세무민'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IMF 직전까지 한국 경제가 튼튼하다고 주장했던 한승수 당시 경제부총리, 강만수 당시 재경부 차관이야 말로 오히려 '혹세무민'의 죄를 지고 있는 것 아니냐”라며 응수하기도 했다.

또한 현재 미네르바를 무료변호하고 있는 박찬종 변호사는 “미네르바를 죽이면 국민의 입은 잠시 닫히겠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그 닫힌 입은 분노의 함성을 쏟아낼 것”이라며 '미네르바 구속'이라는 검찰의 조치에 쓴 소리를 토해낸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미네르바의 구속 사건으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는 이른 바 '경제 논객'들이 줄줄이 게시물을 삭제하고 종적을 감추는 등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인터넷 프로토콜 주소를 우회하는 방법을 모색하거나 아예 외국에 서버를 두고 있는 사이트로 옮겨가기도 했다. 또한 일부 인터넷 논객들은 “이것은 예측이고, 저의 분석입니다. 이글이 무조건 맞는다는 보장도 없고 항상 틀릴 수 있습니다”라는 추신을 붙여 자기 검열을 강화하는 진귀한 풍경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태다.

경계점 불불명한 '표현의 자유' 경우에 따라 유무죄 갈려

대한민국 국민의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다. 하지만 무제한의 권리가 아니어서 경우에 따라서 유무죄가 갈리기도 한다. 이번 '미네르바 사건' 역시 그를 지지하는 이들과 아닌 이들이 '허위 사실 유포'와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그 기준점을 찾지 못하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

지난해 5월 “중고생 단체휴교시위”라고 적힌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대량으로 전송한 19살 장 모군은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으나 법원이 메시지의 내용이 단순한 제안에 불과했다고 판단, 표현의 자유를 인정받아 무죄를 선고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촛불집회 때 전경이 여대생을 성폭행했다는 글을 인터넷에 유포한 38살 김 모씨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같이 표현의 자유는 국민들의 기본권이 될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 이렇게 유무죄가 갈리게 되는 것.

문제는 표현의 자유의 경계점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어디까지가 표현의 자유고 허위 사실 유포인지 마땅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이번 '미네르바 사건' 역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미네르바가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범죄라는 입장인 반면 '미네르바 지지자'들은 부정확한 사실에 근거할지라도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내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의 핵심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순천대학교 김용찬 교수는 “익명성이 보장되고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하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허위사실 여부를 다 확인하고 조사하기 이전에 글을 쓸 수 없다면 네티즌들과 일부 논객들은 시의성이 떨어지고 흥미성이 떨어진 '죽은' 글을 쓸 수밖에 없다. 법에 의해 기본권이 무시되는 상황이 온다면 그 누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려 하겠는가”라며 “다만 표현의 자유의 경계선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그것을 어느 정도 기준지어 줄 수 있는 사회적인 장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네르바 구속' 사건이 '한 인터넷 경제 논객의 몰락'이라는 표면적인 의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론의 장이 되는 인터넷 상에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의 한계점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정유기자(thec98@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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