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입법전쟁에 ‘용산 참사’ 돌출 변수로 극심한 혼미

정치권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제2차 입법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용산 참사'라는 여권으로서는 초대형 악재까지 터져 정치권은 한 치 앞을 내대볼 수 없는 혼미 상태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국회는 다음 달 1일 임시국회 일정을 시작한다.

하지만 다음 달 1일 시작될 임시국회가 원만히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여·야는 이번 임시국회를 제2차 입법전쟁 기간으로 여기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여·야는 지난 6일 여·야 원내대표 회담을 개최해 각종 쟁점법안 처리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지난 6일 여·야가 이뤄낸 합의는 각종 쟁점법안 처리 시기를 2월 임시국회 이후로 미룬 것에 불과하고 어떤 내용으로 법률안을 통과시킬지에 대해서는 전혀 합의된 바가 없다.

즉 여전히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야당들이 소위 'MB악법'으로 지목하고 있는 법률안들을 어떤 내용으로 통과시킬지에 대해서 여·야는 한 치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한나라당은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야당들이 소위 'MB악법'으로 지목하고 있는 법률안들을 원안대로 기필코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최고위원은 지난 14일 BBS '김재원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가진 인터뷰에서 '쟁점법안 빨리 처리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된다는 이런 입장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라며 “지금 정부에서는 경제를 살리겠다고 4대강 사업이나 여러 가지 소위 말하는 뉴딜 정책을 펴고 있는데 국회가 그 뒷받침을 못해야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우리들은 협의를 위해서 최대한으로 노력하고 대화도 하고 타협도 하지만은 궁극적으로 안 될 때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이 문제를 처리하려고 한다”며 각종 쟁점법안의 표결처리도 불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반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2월 임시국회에서도 소위 'MB악법'으로 지목하고 있는 법률안들의 국회 통과를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각오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MB악법' 저지를 위한 물러섬 없는 투쟁과 민생을 두 축으로 해서 설 정국 및 2월 정국을 돌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2월 임시국회가 시작된 후 각 상임위원회에서 소위 'MB악법'에 대해 여·야가 계속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 게속되면 여당은 표결 처리에 나서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러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들은 또 다시 물리적 저지에 나서게 돼 국회는 또 다시 지난 연말과 연초와 같은 전쟁 상태에 돌입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또한 한나라당은 지난 13일 의원총회를 열어 국회폭력방지법 제정을 당 차원에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한나라당이 추진하기로 한 국회폭력방지법의 이름은 '국회에서의 폭력행위 등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다.

한나라당이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는 '국회에서의 폭력행위 등 방지를 위한 특별법률안'의 주요 내용은 △국회에서 폭행 등을 행한 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함 △국회에서 공무집행 방해를 행한 자는 2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의 벌금에 처함 △이런 죄들을 집단적으로 행하면 형량의 50%까지 가중 처벌 △이 법률안으로 인해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원직 박탈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이 '국회에서의 폭력행위 등 방지를 위한 특별법률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발의할 예정이다.

여기에 대해 민주당은 '국회에서의 폭력행위 등 방지를 위한 특별법률안'을 날치기 보장법으로 지목하고 △국회의장의 법안 직권상정 요건 강화 △필리버스터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정치권을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것은 이런 쟁점법안에 대한 여·야의 입장차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 23일 국회에 '국무위원후보자(기획재정부 장관 윤증현) 인사청문요청안', '국가정보원장후보자(원세훈) 인사청문요청안', '국무위원후보자(통일부 장관 현인택) 인사청문요청안'을 제출했다.

따라서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는 이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실시될 예정이다.

여기에 대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이들의 흠결과 이력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만약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들에 대한 예상치 못한 의혹이 제기되거나 흠결 등이 발견된다면 야당들은 대대적인 대여 공세에 나설 것이 분명하고 재보선 등을 앞둔 정부여당으로서는 큰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정부여당은 앞으로 있을 인사청문회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기에 갑자기 터진 '용산 참사'라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대형 사건은 정치권을 강타하며 가득이나 혼미한 정국을 그 누구도 앞날을 예상치 못할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재개발지역4구역에 위치한 남일당 건물에서 농성 중이던 철거민들이 경찰의 진압 도중 사망한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제일 약자에 속한 사람들이 경찰의 진압 도중 불에 타서 참혹하게 죽은 사건이다.

우리 사회에서 제일 약자에 속한 사람들이 경찰의 진압 도중 불에 타서 참혹하게 죽었다는 자체만으로도 민심이 악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고 이는 여권으로서는 최악의 악재이자 야권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이 사건에 대해 야당들은 일제히 이명박 정권의 강권 통치가 낳은 필연적 결과라며 대대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다.

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가진 '용산 참사'에 대한 의원총회 결과 브리핑에서 “이번 '용산 참사'는 'MB정권'의 밀어붙이기식 공안통치가 낳은 예고된 사건”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은 아무런 사과와 반성도 없고, 이번 참사의 원인을 철거민에 돌리는 후안무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가진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은 '용산 참사'에 대해 국민 앞에 엄중히 사과하고, 국정운영 쇄신과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총리도 이번 '용산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총리는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주무 장관인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 △폭력살인 진압을 승인하고 지시한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을 파면하고, 구속수사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를 즉각 수용해야 한다 △검찰은 철거민에게 영장을 청구하는 편파수사를 즉각 중단하고, 경찰의 강경진압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공정한 수사를 위해 편파수사를 벌이고 있는 현 검찰수사팀을 즉각 교체해야 한다 △민주당은 세입자와 철거민 보호 대책을 철저히 세울 것이며, 서민의 주거복지 실현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당론으로 정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이 날 국회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검찰은 살인 만행을 지시하고 현장에서 직접 진두지휘한 김석기 청장을 비롯한 경찰고위간부들에 대해 긴급 수배를 내리고 구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야당들이 이번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전국철거민연합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면서 이번 사건의 파문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4월 재보선을 앞두고 터진 대형 악재로 민심이 악화될 가능성에 대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더구나 출범 초부터 '고소영 내각' '강부자 내각' 이라는 거센 비판에 시달렸던 정부여당으로서 이번 사건을 조기에 수습하지 못한다면 현 이명박 정권은 '생존권을 외치는 약자들을 처참하게 죽인 1% 특권층만을 위한 정권'으로 낙인찍힐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지난 24일 발표한 논평에서 “민주당이 용산사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일부 의혹을 사실인양 단정 짓는 선동정치에 혈안이고, 반정부 세력과도 깃발을 마주 잡을 태세”라고 비판했다.

윤상현 대변인은 “지금은 검찰 진상규명 작업이 우선이다. 민주당의 일방적 주장은 사고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또 다른 유형의 폭력”이라며 “이런 식의 의혹제기로 정치적 이득을 보겠다는 자세가 바로 보이지 않는 폭력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윤상현 대변인은 지난 22일 발표한 논평에서 “이번 사고의 배후세력이 전국철거민연합이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농성 현장에서 연행된 28명중 21명이 전국철거민연합 소속이었다. 전투망루, 화염병, 새총, 유리구슬, 골프공 등등이 전국철거민연합이 준비한 무기 리스트”라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보호돼야 할 선량한 철거민과 전국철거민연합을 동일시할 수 없다”며 “전국철거민연합에 대한 당국의 엄정한 수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전국철거민연합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면서 현재의 뉴타운·재개발 제도 개선에도 착수해 이번 사건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23일 당사에서 임태희 정책위의장, 한나라당 김성태 의원(서울 강서구을, 국토해양위원회), 국토해양부 도태호 주택정책관, 서울시 김효수 주택국장, 국토해양위원회 최연충 수석전문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철거민 대책 관련 TF 당정회의'를 갖고 당 내에 '재개발 제도 개선대책 TF'를 설치하기로 했다.

또한 당정은 이 날 회의에서 가칭 '도시 분쟁조정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주거 이전비는 생계 가족수에 따라 차등 지급 △낙후된 지역에서 이주할 경우 주변 시세에 연동해 보상비 책정 등 철거민 보호 강화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용산 참사'로 인해 여권에 대한 민심 악화는 불가피한 실정이고 이는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쟁점법안을 통과시키는 데에도 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월 임시국회에서도 야당들은 끈질기게 이번 '용산 참사'를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고 철거민 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장외에서 정부여당을 규탄하고 책임자 처벌과 뉴타운·재개발 전면 중단 등을 요구하는 투쟁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말해 정치권은 끝 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투데이코리아 이광효 기자 leekhyo@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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