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경찰청 홍보담당관에 보낸 공문 공개

청와대가 최근 발생한 강 모 씨 연쇄살인사건을 '용산 참사'로 인해 반정부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공문이 공개됐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11일 공개한 e-메일 공문에는 “용산사태를 통해 촛불시위를 확산하려고 하는 반정부 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연쇄살인사건'의 수사 내용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바랍니다”라며 “특히 홈페이지, 블로그 등 온라인을 통한 홍보는 즉각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으므로 온라인 홍보팀에 적극적인 컨텐츠 생산과 타부처와의 공조를 부탁드립니다”라고 쓰여 있다.

이 e-메일 공문의 발신자는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 행정관'이고 수신자는 '경찰청 홍보담당관'이다.

또한 이 e-메일 공문에서는 △연쇄살인 사건 담당 형사 인터뷰 △증거물 사진 등 추가정보 공개 △드라마 CSI와 경찰청 과학수사팀의 비교 △사건 해결에 동원된 경찰관, 전경 등의 연인원 △수사와 수색에 동원된 전·의경의 수기 등 구체적인 홍보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 e-메일 공문에서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 행정관'은 “용산 참사로 빚어진 경찰의 부정적 프레임을 연쇄살인사건 해결이라는 긍정적 프레임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라며 “언론이 경찰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니 계속 기사거리를 제공해 촛불을 차단하는 데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에 앞서 한승수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민주당 김유정 의원(비례대표, 행정안전위원회·독도영토수호대책특별위원회)이 국회에서 가진 '용산 참사'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에서 '최근 본의원실에 들어온 믿을 만한 제보에 의하면 설 연휴를 전후에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경찰청 홍보담당관에 보낸 문건이 있다고 한다'며 '그 문건에는 용산 사태를 통해 촛불시위를 확산하려고 하는 반정부 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 여대생 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고 한다'고 말하자 “그런 메일이 있는지 조사해 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김유정 의원은 청와대에서 '메일'을 보냈다고 한 적이 없고 문건을 보냈다고 했는데 한 국무총리는 “그런 메일이 있는지 조사해 보겠다"고 말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유정 의원은 지난 11일 '투데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한승수 국무총리가 헛발질을 해 진실을 말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경기 안양시동안구갑, 정무위원회·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은 12일 국회에서 개최된 고위정책회의-중진연석회의에서 “강 모 씨 연쇄살인 사건은 정부의 치안부재에서 비롯된 일이다. 지금 국민은 저녁식사를 하다가도 살인 뉴스만 나오면 가슴이 철렁해서 숟가락을 놓고 있는 지경인데 청와대에 있는 사람들은 이 끔찍한 사건을 절호의 기회라고 하고 있다”며 “이는 연쇄살인 희생자의 시신으로 '용산참사'의 여론 화살을 막아보겠다는 추악한 발상이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도구삼아 정권생명을 지켜보겠다는 부도덕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이석현 의원은 “대통령은 이에 대해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관련 부서장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투데이코리아 이광효 기자 leekhyo@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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