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한국은행 이성태 총재가 매파적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는 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지는 분위기로 급반전되면서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소비자들이 좌불안석이다.
변동금리 상품의 90% 가량이 연동된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가 콜금리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주택금융공사가 보금자리론 금리를 내리면서 고정금리형 상품으로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 변동금리 대출자 불안..초조 = 18일 현재 한국은행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는 금리 인상을 성토하는 소비자들이 글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낮에는 직장을 다니고 새벽에는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간신히 아파트 담보대출 이자를 갚아나가고 있는데 금리가 자꾸 인상된다고 하니 소화도 안되고 그야말로 죽을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다른 네티즌도 "먹고 싶은 것 못 먹고 사고 싶은 것 참아가며 대출이자 내고 있는데 돈 있는 사람들 부동산 투기를 못하게 하려다가 서민들 다 죽이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한 고객은 "지금까지 금리 인상도 문제지만 앞으로 금리가 더 올라간다는 생각을 하면 어렵사리 마련한 집을 팔까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들어 변동금리대출 상품을 이용중인 고객이 고정금리 상품으로 전환하는 것을 상담하는 고객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 거품을 빼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이라는 칼을 빼들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 금리 인상 요인 수두룩 =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자들이 이같이 불안해하는 것은 최근 국내외에서 금리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4월부터 부임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매파적인 발언을 쏟아내면서 통화정책 기조 변경을 시사하고 있다.
이 총재는 최근 한국은행 창립 56주년 기념사를 통해 "경기 동향에 유의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에 선제 대응하겠다"고 발언한 데 이어 한국은행 국제 콘퍼런스 인사말을 통해 "물가만 보고 통화정책을 운영하다 보면 전체 경제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을 놓칠 수 있다"고 밝혀 시장에서는 6월에 이어 7월에 다시 한번 인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가설까지 돌고 있다.
미국 월가에서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29일에 금리를 평상시 금리 인상폭의 배인 0.50%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또 8월8일에 다시 인상해 연내 미국의 정책금리가 연 6%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유럽중앙은행(ECB) 및 여타 국가들까지 인플레이션 가능성 등을 이유로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한국의 콜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고정금리 상품 유혹에 고민 =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모기지론)은 금리를 되레 인하,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은 10년만기 상품이 6.3%로, 15년만기 상품은 6.4%로, 20 년만기 상품은 6.5%로, 30년만기 상품은 6.55%로 각각 0.3% 포인트 하향조정됐다.
시중은행들의 4월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액의 평균금리는 연 5.42%로 공사의 모기지론과는 1%포인트 가량 낮은 수준이다.
공사의 모기지론 금리는 다소 높지만 고정금리 상품이기 때문에 향후 금리가 오를 경우 그만큼 리스크를 없애준다는 장점이 있다.
일부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경쟁을 서서히 자제하면서 금리를 올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고정금리 상품의 매력을 높여주고 있다.
시중은행 PB팀장은 "금리차가 1% 포인트 이내인 상황에서는 기존 은행 대출자들 도 모기지론 전환을 고려할만 하다"며 "다만 은행 대출자들은 해당 은행을 통해 여 러 금융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아 그대로 대출을 유지하려는 심리도 적지 않을 것"이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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