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인영 국회의원 (열린우리당 구로갑)

이 인영 국회의원( 열린 우리당 구로 갑)
요몇달 부쩍 이른바 불법시위에 대한 경찰의 대책을 추궁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발언이 거세다.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는 온통 '엄중 대처'를 요구하는 질의가 이어졌다. 언론도 지난 주 서울도심에서 있었던 집회와 시위가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초래했다는 내용 일색이다.

상임위원회에서 일부 여당의원들까지 추궁에 가세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음 한 켠이 저려왔다. 지난 날 헌법과 법이 보장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속박당했던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악몽이 순간 되살아났다. 민주화 이전에는 불가피했다 하더라도 지금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그 분들의 말씀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도, 끌려가던 벗들의 지난 날들이 아른거려 울컥할 뻔 했다. '그 때 당신은 무얼 했는가'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고 올라왔다.

과열시위에 대한 사회적 우려에 편승해서 강경진압, 처벌·엄단으로 회귀하는 것은 곤란하다. 지난 30년간 군사정권 하에서 지나친 안보 논리에 갇혀 인권과 자유가 희생되었다. 과거로 퇴행은 안 된다. 헌법과 법에 의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자유의 훼절은 한나라당도 그토록 강조하는 민주주의를 크게 위협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경찰은 최근 폭력시위를 막기 위해 시위 단체와 '서로 폭력은 자제하자'는 일종의 신사협정을 맺기도 한다. 좋은 변화다. 이를 두고 “공권력을 법대로 행사해야할 경찰이 무슨 MOU를 체결하느냐, 이는 수치스러운 일이다'”라든가, “불법·폭력 시위를 벌이면 정부차원의 모든 보조금과 지원금도 중단한다. 이를 감수한다는 각서를 받아라”는 식의 지나친 주문은 오히려 불신과 갈등을 키운다.

아무리 세태가 급작스럽게 보수·우경화된다고 해도 하고 싶은 말을 막는 사회가 되서는 곤란하다. 지금의 정세가 보수우경화라는 점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당분간 시위대에 대한 공격적 발언은 수그러들지 않을 성 싶다.

근래 공론의 장에서는 대화와 처벌 가운데 처벌만 유독 강조되고 있다. 현실은 다르다. 대화는 여전히 필수적이며 유효하다. 울산에서, 대구에서, FTA 시위가 열렸던 제주에서 우리는 확인했다. 평화적 시위를 만들기 위한 경찰의 노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며 실제로 성과가 있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통이 있더라도 정치문화를 또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인권의 선진국가로 발돋움하는 것 아닌가? 더구나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에 대해 강경 진압과 처벌이 앞서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한다. 이는 뒤로 돌아가는 것이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단순히 시위를 금지와 진압 또 처벌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기를 부탁드린다. 시위대에게는 폭력으로 관심을 끌려는 시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씀드린다. 우리는 새로운 시위문화, 성숙한 시위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 중에 있다.

경찰에게도 시위대를 동반자로서 이해하고 역사적 균형을 갖고 유연하게 대처할 것도 주문한다. 새로운 시대 치안의 패러다임은 경찰에게 사회적 갈등의 관리, 조정과 중재의 당사자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제고할 것을 요청한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