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간과.입찰정보 유출.흑색선전 등 후진국 수준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이준서 기자 = 국내 기업 인수ㆍ합병(M&A) 시장이혼탁의 수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관련 법률규정을 제대로 몰라 매각일정 자체가 중단되거나 지나친 과열로 기본적인 입찰내용조차 비밀로 지켜지지 않는 등 여전히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다.
더욱이 최근 진행되고 있는 대우건설과 LG카드 등 대형업체 매각에서는 매각조건 변경과 흑색선전 난무, 입찰정보 유출, 노조 반발 등 많은 문제점이 노출돼 현실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 '진흙탕' 대우건설 인수전 = 22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둔 대우건설 작업은 작년 12월 인수의향서 접수부터 6개월간 각종 특혜설과 비방으로 몸살을 앓았다.
초반 논쟁은 자산관리공사 등 채권단의 주식 매각 규모.
당초 채권단은 보유주식중 50%+1주만 매각한다고 알려졌으나 예비입찰안내서에 채권단이 보유한 72.1%의 주식을 모두 팔 수 있다고 명기해 자금력 있는 대기업에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지난 4월 자산관리공사가 대우건설 매각 기준에 위법 부당행위가 있는 컨소시엄에 대해 '감점제(최고 10점)'를 적용키로 하자 이번에는 대기업에 불리한 조항이라는 반발이 일었다.
'500억원 이상 기업인수.합병(M&A) 경험'과 '건설업체 보유 여부'가 본입찰 안내서에 경영능력 평가 요소로 포함된 것을 두고서도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본입찰을 앞두고 각 컨소시엄이 제시한 입찰가격이 언론에 노출되는 등 국제입찰의 기본적인 요소인 '비밀유지협약'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 산업銀, 어처구니 없는 매각중단 =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을 지향한다는 산업은행은 LG카드 매각을 추진하면서 공개매수라는 기본적인 법률적 검토도 하지 않아 매각이 중단되는 황당한 상황을 연출했다.
대형 매물인 LG카드를 지켜보는 눈이 많았음을 감안하면 국제 망신 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M&A업계 관계자들은 매각 절차를 추진하기에 앞서 법률적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것은 매각 과정의 ABC라고 주장한다.
금융감독원은 LG카드 매각이 증권거래법상 공개매수 대상에 해당되는지를 놓고 법률검토를 진행중이다.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10개 이상 기관으로부터 장외에서 5% 이상 주식을 6개월 내에 매수할 경우 공개매수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LG카드 공개매수 문제를 논의했으나 농협 등 일부 채권단이 공개매수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예보, 대상매각 논란도 진행중 = 예금보험공사가 한화그룹에 대한생명을 매각한 것도 수년째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이면계약 논란'에 대해 사실상 무죄를 선언했지만 예보와 한화그룹간의 대립각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예보는 한화가 호주계 맥쿼리 생명과 이면계약을 맺고 2002년 12월 대한생명 지 분 51%를 인수, 예보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기망했다며 국제 중재를 신청할 계획이다.
형사적 판단과 민사적 판단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은 대법원이 한화의 대생 인수과정이 법률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했다며 예금보험공사에 무의미한 국제중재 신청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화그룹이 또 대한생명 지분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함으로써 대생 인수 무효를 주장하고 있는 예금보험공사에 대해 정면으로 대응했다.
이밖에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을 대주주자격이 없는 사모펀드 론스타에 매각한 과정도 끊임없는 의혹을 낳고 있으며, 한국까르푸 인수전에서 매각주체인 까르푸가 여러 인수후보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해 '인수가 올리기'에 나선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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