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시내는 어디를 가든 심심찮게 집회·시위 현장을 목격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운전 중에 교통정보를 들으면 “OOO에 집회가 있어 도로가 꽉 막혀 있으니 OOO은 피하세요”라는 멘트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원래 서울이라는 도시가 집회나 시위가 많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사건들이 겹쳐 올 연말은 확실히 더한 느낌이다.

대한민국에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누구나 헌법이 보장하는 틀 안에서 평화로운 의사표현이 가능하다. 그러나 운전 중 꽉 막힌 도로에 갇혀 꼼짝달싹 못하고 있을 때 자신의 차가 서있는 곳에 집회가 있어 도로정체가 심하다는 라디오 교통정보를 들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 갑갑함이 어떤 것인지.

대학로, 종로, 시청 앞, 여의도 등은 서울시의 주요 집회·시위 장소로서 하루가 멀다 하고 집회·시위가 열리는 곳이다.

이곳에는 한총련과 각종 노동조합, 시민단체 거기다 한·미 FTA에 반대하는 농민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요구와 주장을 늘어놓다보니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일반적으로 집회나 시위를 할 때에는 행사에 참가한 인원들이 행진을 하게 된다.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만 명이 2~3개 차로를 물고 행진을 하면 그 일대 교통은 마비정도가 아니라 숫제 주차장이 되어버린다. 종묘공원에서 사전집회를 가지고 시청 앞까지 행진을 한 다음 마무리 집회까지 끝나면 서울시의 가장 중심지가 공영주차장으로 변하는 것이다.

지난 11월 회현로터리 앞에서 20대 김모(26)씨가 자신의 승용차로 시위대를 치고 도망가다 붙잡혀 시위대에게 몰매를 맞고 구속됐다.

사건은 전국노점상연합과 빈민해방철거민연합이 한미FTA 저지 전국빈민대회를 개했던 11월 8일.

집회 참가자 2500여명은 오후부터 2개 차로를 점거하고 서울역에서부터 청계광장까지 행진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서울역 주변 및 행진 구간 도로 통행을 통제했다. 이로 인해 광화문 주변 등 서울 도심은 오후 늦게까지 극심한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이 때 회현로터리 앞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멈추고 기다리던 김씨가 차창을 열고 시위대에 거칠게 항의를 했고, 이 과정에서 시위대에 맞았다는 것이다. 이에 김씨는 차를 시위대 행렬 가운데로 운전, 앞을 가로막던 시위대 3명을 잇따라 치고 차를 몰아 명동 방향으로 달아나다 붙잡혀 현장에서 마구 얻어맞았다.

경찰은 김씨가 위협을 피해 달아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김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했다.

어쩌면 이날 사고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모르긴 해도 이날 도심에 갇혀있던 운전자들 중 상당수는 시위대에게 불만이 많았을 것이다. '천사'같던 사람도 운전대만 잡으면 '악마'로 변하는 우리나라 운전자의 입장에 서면 집회·시위는 자신의 이익 때문에 다수의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집단행동 이상의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우리사회는 높아진 권리의식과 집단 이기주의 등으로 최근 10년간 집회·시위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그만큼 시민들의 불만도 늘어가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의 '평화적 집회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민·관 공동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광화문 등지의 도심시위는 교통 방해 등 불편을 주기에 집회 자체를 허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자가 74%로 나타나 도심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확인해 주고 있다.

분명 민주국가에서 평화적인 집회·시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시민의 발목을 잡는 도심집회는 절대 다수의 쾌적한 생활권을 위해서라도 특별한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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