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선비 1’‘조선의 정승 2’‘조선의 부자 3’

예나 지금이나 옛 것을 익혀 새 것을 아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계단은 지식의 보물창고로 이어져 있다.

여기 '조선을 움직인 위대한 인물들'을 다룬 탄탄하고 유려한 설계의 층계가 마련돼 눈길을 끌고 있다. 한 왕조를 풍미했던 '조선의 선비''조선의 정승''조선의 부자'가 각기 낱권으로 동시 출간된 것.

'조선의 선비'는 궁상맞을 만큼 자신의 실리보다 백성들의 마음과 끼니를 걱정했던 청백리들을 살핀다. 인간의 욕심은 해마다 청탁·비리 사건, 뇌물·비리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조선의 선비'들은 달랐다. 내 것이 아니면 쳐다 보지도 않았고, 신분을 이용한 청탁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중죄로 여겼다. 성종이 행색도를 그려 청렴의 표본으로 삼았던 양관을 시작으로, 한 밥상에 두 고기반찬을 올리지 못하게 했던 민성휘, 평생을 옷 한 벌과 이불 하나로 지냈던 신흠, 귀양살이 동안 종들과 함께 일하며 그들의 삶을 체감했던 정광필까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관리를 비롯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는 일상의 무법자들에게 이 책은 정중하고 따끔한 일침을 겨눈다.

'조선의 정승'은 나라를 일으킨 다양한 얼굴의 재상들을 짚으며 그들의 강직했던 생활을 조명한다. 지난 1932년 조선의 건국부터 제9대 임금인 성조대까지 약 100년 동안 재상을 지낸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

조선건국 초기의 재상들은 정치적 세파에 흔들림이 많았다. 조선의 개국을 도왔거나 국왕의 측근으로 정치력을 인정받아 성공한 초기의 재상들 중에는 실무능력을 지닌 정승에서부터 얼굴마담형 정승 그리고 정치적 이상을 현실정치에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로 고심한 정승 등 다양한 유형이 존재했다.

이같이 새 왕조를 세운 왕들 아래서 관리의 총수인 재상직에 어떠한 인물들이 어떤 정책을 펼쳤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뜻 깊은 장이 펼쳐진 것. 격동의 시기를 진두지휘한 재상들의 면면을 통해 내 생활을 경영하고 총괄하는 나 있음의 자리를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이 책에 놓여 있다.

'조선의 부자'는 단순한 거부의 평전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한 시대의 경제사이며 문화사요, 내 고장의 풍토사이다. 사농공상이란 계급의 굴레에 얽매인 조선의 사회 풍토 속에서 잡초처럼 자라난 임상옥을 비롯해 개항기를 거쳐 철도, 기선의 탄생과 함께 근대적 서양 물품의 물량시대 도래, 은행, 토지 측량, 산금 정책의 여파로 등장한 노다지 광산 거부시대까지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돈'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진정 '조선의 부자'로 거듭나는 데는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정신이 핵심적이다. 여기엔 과부와 독신 여성에 붙여진 사회적 편견을 넘어 한 평생 선행에 힘쓴 여장부 백선행과 최송설당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조선을 움직인 위대한 인물 시리즈'는 조선인물사에 세밀한 현미경을 들이대 재미난 에피소드와 삽화를 곁들인 흥미로운 전개를 지니면서도, 인물역사서 특유의 격조를 놓치지 않은 전개가 돋보인다.

더욱 유서 깊은 그림들에 걸맞는 예술인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버무려진 '조선의 화가' 또한 올 연말 이 시리즈에 합세할 예정이다.

이들 조선 인물 시리즈는 우리를 현자들의 세계로 이끌어 줄 더없이 착실하고 즐거운 온고지신 교과서임에 틀림 없다. (이준구·강호성 편저. 스타북스 펴냄. 각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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