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꼽은 중국사 100대 사건을 다룬 책
특히 고구려사 왜곡을 주도하는 그들의 행태는 우리의 역사관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옛말을 되뇌며 신간 '중국 역사를 뒤바꾼 100가지 사건'을 꺼내 든다.
이 책은 중국인들이 고른 100가지 중국사로서 그들의 자의식이 상당 부분 반영된 사건과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중국 본토 출판사에서 펴낸 것을 번역해 들여 온 것이기 때문. 때문에 이 책은 중국 중심의 편향성이 엿보이기도 한다. 특히 제목에 걸맞게 중국인 특유의 자존감으로 콧대 높은 내용이다.
그러나 이같은 중국인들의 시선을 좇아 읽다 보면 그들의 속내가 무엇인지 그들이 중시하는 정신은 무엇인지 그들 혼의 맥이 보이기 시작한다.
중국 역사 연대기를 따라 전체 11막으로 구성된 이 책은 총 100개의 에피소드를 지닌다.
'황하문명의 태동'을 첫 사건으로 꼽으면서 시작된 제 1막 '신화와 역사 사이'에 이어 '춘추전국-진나라-한나라-위진남북조·수-당나라-송나라-명나라-청나라-근대중국-현대중국'까지. 이 책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는 현대중국 부문 최근 사건은 '100년 만에 다시 찾은 홍콩'과 '세계경제에 보조를 맞춘 세계무역기구가입' 그리고 '유인우주선의 꿈 선져우 5호'이다.
이렇게 중국사를 한 바퀴 둘러보면 전반적인 세계사와 한국사까지 아우를 넉넉한 품을 갖고 있음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특히 이 책의 초입에는 중국 혹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석학 24명에 대한 사전 설명이 열거돼 있다. 이는 이 책에 기술된 100가지 사건에 이 석학들의 유명한 발화들을 '명사의 한마디'로 소화하고 있기 때문.
마르크스의 촌철살인 한마디는 이렇다. “종교적 고통은 현실의 고통에 대한 표현인 동시에 현실의 고통에 대한 저항이다. 종교는 억압받는 생명들의 한숨이고 심장 없는 세계의 심장이며 영혼 없는 처지의 영혼이다.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깔끔하고도 아기자기한 편집은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당대를 풍미한 인물과 사물들의 위풍당당한 삽화와 'Tip(팁)'란으로 곁들여진 풍부한 덧말은 시선을 잡기에 충분하다. 광대한 시공간을 넘나드는 만큼 각기의 부수 콘텐츠도 매우 화려하며 이색적이다.
이 책은 편식주의 중국사에 길들여진 한국인의 인식에 또 다른 시각의 중국 편향의식을 덧대어 균형 잡힌 중국 사상을 열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이 책안에는 중국인의 진심이 담겨 있다. 한쪽으로 치우 친 것이 있다면 그것까지 그네들의 진심의 영역인 것.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나라 이웃사촌의 역사를 한번 쯤 차분히 들어 주고 동북공정을 포함해 복잡다단하게 얽힌 그들과의 반상회에 나서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책 '중국 역사를 뒤바꾼 100가지 사건'이 우리 역사를 뒤바꿀 100가지 사건으로 탈바꿈할 지도 모를 일 아닌가. (마해염·양걸 지음. 채움 펴냄. 2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