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등 아시아 철강사 적대적 M&A 대응방안 고심

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미탈스틸과 2위인 아르셀로가 합병에 합의하면서 초대형 철강사가 탄생했다. 또한 미탈스틸은 연초에 아르셀로와 합병후 아시아지역으로 확장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어 나머지 업체들도 초대형 철강사에 대응하기 위한 ‘몸집불리기’에 합류 할 것으로 보여 기업간 인수합병(M&A) 열풍이 전망된다.

미탈스틸은 아르셀로 주식가격을 주당 40.37유로, 총 260억유로(330억달러)에 인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세계 철강 생산량의 13%에 달하는 것으로 2위인 일본 신일철의 연간 생산량 3290만t보다 3배 가량 많은 것이다. 또한 인수합병 후 미탈스틸은 직원수 32만명, 연매출 690달러를 상회하고, 27개국에 61개의 공장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초대형 철강사가 탄생함으로 나머지 업체들은 이에 대항하기 위해 몸집을 불려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새로운 철강시장의 판도 변화에 철강사 들은 새로운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알루니늄업체 알코아는 항공기 소재로 쓸 알루미늄 합금을 개발 중이다. 또 철강업체들은 허리케인에도 견딜 수 있는 지붕소재를 선보였다. 중국 동유럽 등의 후발업체들도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에 여념이 없다. 또한 철강사들은 원유 등 급상승한 원자재 가격의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조금이라도 싼 곳으로 기꺼이 공장을 이동하는 수고마저 아끼지 않는다. 알코아는 미국 내 공장을 몇 개 폐쇄하고, 대신 아이슬랜드에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도 선호의 대상이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철강사의 수직 계열화를 유도하고 있다. 즉 철강업체가 철광산을 소유하고 철광석을 직접 채취하는 것이다. 미탈스틸, US스틸 등이 현재 이런 체제다. 반면 이런 체제를 못 갖춘 신일본제철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한국 포스코는 호주와 브라질 철광산의 지분 매입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철강업계 M&A 바람이 철강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을 키워 철강재의 가격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철광석 등 원자재 구매협상력이 높아지고 구조조정을 통한 지역별 생산품목의 전문화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포스코경제연구소 김정수 연구위원은 “전세계 철강시장에서 미탈스틸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2·3·4위 업체인 신일철, 포스코, JFE스틸 등은 생산규모 확대를 위해 M&A에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미탈스틸이 철강업체들이 아시아 진출 교두보로 높은 관심을 가져 온 포스코는 적극적인 M&A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이러한 흐름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포스코는 M&A 바람에 경계를 드러내고 있다. 현재 포스코는 뚜렷한 대주주가 없이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에게 지분이 분산돼 적대적 M&A의 위험성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 의 홍보팀 배효섭 차장은“주식이 저평가 되는 기업들이 M&A의 주 타겟이기 때문에 우호지분을 증가시키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며 “현재와 같이 사상초유의 고유가 시기에 철강업체를 인수하는 건 모험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파이넥스라는 신기술을 보유해 기술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게다가 인도·중국 등에 일관제철소 건립 등을 추진하고 있어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려는 글로벌 철강사들에게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다.

이미 포스코는 다양한 M&A 방어전략을 마련해 놓고 있다. 최근 9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고 자사주 4%를 매입키로 한데다 전후방 연관 업체들의 우호지분 확보, 일본 신일철 등과의 상호지분 확대 등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철강그룹인 바오강상하이(寶鋼上海)의 셰치화(謝企華)회장이 지난 28일 한·중재계회 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해 포스코 측과 미탈스틸의 인수합병에 관한 심도 깊은 대화가 오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이구택 회장은 “포스코가 M&A의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글로벌 포스고 전략’을 통해 경쟁력 확보를 주문해 왔다.
이날 이회장을 비롯한 주요 부문장들은 자회사인 포스코 건설의 경영 현황과 관련해 모인 자리에서 미탈스틸과 아르셀로간 M&A를 거론하며 포스코의 M&A 전략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면서도 한·중·일 등 아시아 업체간 연합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며 “전세계 철강업체의 몸집 불리기에 포스코도 예외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증권은 “미탈스틸의 M&A에 대해 철강사의 합병은 전반적인 철강업계의 구조변화로 포스코에게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시장지배력 향상으로 철강가격은 보다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애널리스트들은“늘어나는 중국 수요를 어떻게 잡느냐가 세계 철강시장의 구도변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의 거대한 철강수요는 세계 철강산업 구도를 바꾸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철강생산의 30%이상을 소비하고 있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수요로 인해 앞으로 적어도 20년 동안 `철강 대호황(super cycle)`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디지탈 뉴스 : 차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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