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말이 실용주의다.

즉 과거와 이념에 얽메이지 않고 미래와 현재의 이익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말 그대로만 한다면 좋은 말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현재 취하고 있는 정책들을 보면 그리 실용주의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부동산 정책이나 세제, 대북정책, 교육 정책 등에 있어서는 '과거와 이념에 얽메이지 않고 미래와 현실의 이익을 추구하는' 실용주의적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좌파 정권인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정책과는 반대로 가야 한다'는 지극히 '이념적'인 정책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

물론 집권당이 바뀌었고 그토록 10년 동안 와신상담하며 마침내 정권을 잡았으니 과거 정부의 정책을 변경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주장도 그리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명박 정부가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실용주의'대로 현재와 미래의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을 만들고 채택해 시행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현 정부는 그리 실용주의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지 않을까 한다.

그러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실용주의는 과연 어떤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현재 진보진영에서 대입 '3불정책(고교등급제·본고사·기여입학제 금지)' 유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생각한다.

사실 대입 '3불정책'은 진보정권이라고 하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하에서 확립된 정책이 아니다.

대입 '3불정책'은 진보진영에서 그토록 타도를 외쳤고 지금도 이를 가는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 정권들이 확립한 정책이다.

고등학교를 평준화(1974년부터 시행)시킨 것은 바로 박정희 유신 독재 정권이다. 박정희 ·전두환 정권 때는 지금보다 더욱 철저히 고등학교 평준화가 지켜졌다.

그리고 본고사를 폐지한 것은 바로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이다. 전두환 정권이 실시한 본고사 폐지와 학력고사 실시, 과외 금지 조치로 인해 당시 사교육비 부담이 대폭 감소한 것도 사실이고 그만큼 가난한 집의 학생들이 명문대에 진학할 가능성을 지금보다 훨씬 많이 부여받은 것도 사실이다.

즉 현재 진보진영은 자기들이 그토록 타도를 외쳤고 지금도 이를 가는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정권들이 확립한 정책을 지키기 위해 그토록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모순된 행동이라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대입 '3불정책'이 무조건 옳고 절대선이라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실용주의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즉 비록 자기들이 과거에 그토록 타도를 외쳤고 지금도 맹비난하고 있는 군사독재 정권들이 확립한 정책이라 할지라도 현재 우리 교육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강력히 지지하고 지키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는 것.

바로 이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실용주의가 아닐까?

투데이코리아 이광효 기자 leekhyo@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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