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 노회찬 '양강' 내년 1월께 대선 출마 선언

“민노당에도 '빅3' 있다”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이 최근 기자들에게 부쩍 강조하는 말이다. 이는 언론에 에둘러 '중립'을 요구한 것이자, 민노당이 상대적으로 대선판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서운함의 표현이다. 민노당의 '빅3'는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의원을 일컫는다.

이 가운데 심상정 의원은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수치가 잡히지 않을 때가 많아 사실상 '빅3'가 아닌 '권'과 '노'의 '양강구도'라고 봐야한다. 지난 11월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권영길, 노회찬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2.2%, 2.0%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여기에 바로 민노당의 고민이 있다. 권 후보는 지난 두 번의 대선 경험으로 당내 기반이 확실한데다 2002년 대선에서는 나름대로 선전을 펼쳐 한마디로 당내에서는 상징적인 존재다. 김윤철 진보정치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권 후보는 당내 기반보다는 '창업주로서의 프리미엄'이 있다”고 평가했다.

노 후보는 각종 TV토론회와 활발한 의정활동으로 착실히 대중적 지지를 쌓아 올렸다. 특히 그는 20대 젊은 층에서 지지세가 넓다.

특유의 '촌철살인'의 입담이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까지 대선후보로서 제대로 검증받지 못했다. 'PD'계열로 분류되는 그가 과연 당내 다수파인 'NL'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민노당은 현재 '대중적 인기'와 '검증된 후보'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민노당에는 최근 당의 '위기론'이 팽배해 있다. 오죽하면 지역당 위원들 사이에서 “더 이상 지역당에서는 대선을 말하지 않는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일심회' 사건으로 당 전 현직 위원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민노당의 얼굴에는 그늘이 짙게 드리워졌다.

일련의 공안 사건으로 당의 이미지가 실추된 것은 물론 당원들의 사기마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극심한 재정난을 겪던 민노당은 지난 17일 7년간의 '여의도 시대'를 마감하고 문래동으로 당사를 이전했다.

민노당은 새로 당사를 이전한 문래동이 공단밀집지역이라는 '상징성'을 내세워 “서민들과 더 가까워질 것”을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원내입성'이란 오랜 숙원을 이루고 당당하게 여의도에 입성하던 때를 떠올리면 지금 민노당의 모습은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이런 이유로 당에서는 이번 대선을 당의 운명을 결정할 일대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계파를 떠나 '새 얼굴' 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넓게 퍼져있다. 노 의원이 민노당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노 의원이 과연 '위기'의 민노당을 다시 일으켜줄 구원투수가 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물음표'다. 김 연구기획실장(진보정치연구소)은 “누가 당에 더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하느냐가 경선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3일 진보정치연구소의 주최로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2007 대선전략 모색 토론회'에서는 당의 진로와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들이 이루어졌다. 당시 토론자들의 관심은 온통 '후보조기가시화'와 '오픈프라이머리' 등 경선방식에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현재 정계개편을 둘러싸고 분열하는 여당보다 먼저 대선후보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치컨설팅 그룹인 '폴컴'의 윤경주 대표는 “지금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민노당에게는 이때가 바로 정치적 찬스가 될 수 있다”며 '후보 조기가시화'를 강조했다.

민노당은 최근 "지역당에서 더이상 대선을 말하지 않는다"는 '회의론'이 존재한다.


문 대표는 지난 16일 서울 강남 현대해상화재보험빌딩 대강당에서 열린 중앙위원회 개회사에서 “모든 힘을 대선승리에 집중시켜야 할 때”라면서 “대선 후보를 꿈꾸는 분들은 분명한 입장을 당원들과 국민들께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민노당이 대선 준비에 '시동'을 건 것이다.

실제 노 의원과 심 의원은 내년 1월 대선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노당 측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권 의원과 문 대표는 발표 시점을 다소 늦게 잡을 것으로 보인다.

경선방식도 큰 쟁점이다. 현재 열린우리당이 채택할 것으로 보이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민노당의 경선에도 적용해 보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민노당 중앙위원회에서는 대통령 후보 선출 방식을 논의하면서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진성 당원만 대선 후보를 뽑는 당원직선제(현재 민노당의 선출방식과 동일) △당에 후원금을 내는 사람에게까지 후보 선출권을 주는 당원+후원당원 선출방안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국민경선제를 일부 수용한 당원+선거인단 선출방안이다.

현재 당의 주된 여론은 국민 참여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민노당측 관계자는 “당에서 주축이 되고 있는 시도당 위원장급은 (오픈프라이머리에) 부정적인 입장”이라며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한다고 해도 국민들의 참여가 저조할 것이라는 '회의론'도 작용한다”고 전했다.

민노당 대선과 관련해 또 하나 지적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권영길 원내대표와 문성현 당대표의 '투톱체제'다. 여당에서도 김한길 원내대표와 김근태 의장의 '투톱'이 당의 리더십을 약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윤 대표는 “내년 대선에서도 이 체제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힘들다고 봐야한다”며 “후보 중심의 '원톱' 체제로 전환”할 것을 주장했다.

민노당이 내년 2월 전당대회를 통해 후보를 선출하면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돌입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 전까지 당의 결속을 다지고 철저하게 후보를 검증해야하며 경선방식 결정에 있어서도 공정함을 유지해야한다고 말한다.

어떤 방식으로 후보를 뽑느냐에 따라 권영길, 노회찬 두 의원 중 한쪽에만 유리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 의원은 “(경선방식에 대해서)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민노 당원들 사이에서는 최소한 경선방식을 두고 후보 간 감정싸움은 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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