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한의사 시장 개방 가능성'에 반발 확산

한·미 FTA 반대 촛불 집회 시위

한·미 FTA 문제가 국내 의료계에도 파장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달 초 이뤄진 제5차 FTA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국내 한의사 시장 개방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며 불을 지핀 것. 이를 두고 한의학계가 정부에 대해 날선 감정의 골을 드러내며 집단행동에 돌입,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한의대생들 역시 정부의 시장개방 논의에 집단 반발 시험 거부를 결의하는 등 상황이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이랬다. 당시 재정경제부 및 보건복지부 협상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측 대표단이 양국간 상호 자격 인정 대상으로 의사·간호사·수의사 등 17개 전문직종을 미국 측에 제시했다. 그러자 미국측이 “의료 분야 중 아시안 메디신(한의학)도 포함되는 것이냐”고 되물은 것.

당시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미국측이 '일부 아시안 메디신' 업계가 한국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다” 말하며 “다음 협상에서 논의를 하자고 말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측에)한국의 한의학은 미국내 '아시안 메디신 종사자'(침구사) 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일반 의대 수준의 학문적 지식을 요구하는 고도의 전문 분야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의사 시장 개방 문제가 정식으로 논의된 것이 아니다”며 “단순한 의견 교환의 일환이었을뿐”이라고 사태 확산에 해명했다. 하지만 내년 1월로 예정된 6차 협상에서 개방 논의 가능성 자체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대정부 투쟁 선언

이처럼 상황이 급박해 지자 한의학계는 즉각 반발 강경 대응 불사 방침을 나타내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는 지난 19일 긴급 시·도 회장단 회의를 개최 20일 성명을 발표하고 “한의학계의 대동단결로 대정부 강경투쟁을 선포하며, 국민 건강권 수호와 민족의학 사수를 위해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 까지 무기한 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한의협 관계자는 “현재 미국이 말하는 '아시안 메디신'의 경우 단순한 침구사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들을 국내 한의사와 동등한 자격으로 인정한다면 반만년 동안 계승돼 온 한의학의 고사는 물론 국민건강권이 침해되는 심각한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의협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오는 26일로 예정된 창립기념식도 취소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

한·미 FTA 반대 촛불 집회 시위
환 대정부 투쟁에 대비하고 있다. 또 오는 29일에는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한의사 3,000여명이 참가해 이번 사태를 궐기하는 비상 총회 및 집회를 열기로 한 상태다.

한편 전국 한의대생들도 한의사 시장 개방 문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한 상태다. 지난 18일 오후 전국한의과대학학생회연합회(이하 전한련)소속 대학 중 기말 시험을 치르지 않은 경희대, 동국대, 상지대, 대전대, 경원대 등 5개 대학 한의과 학생들은 대전대에서 투표를 실시, 77.2%의 찬성률로 시험 거부를 결정 이번 FTA협상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한련은 “오는 31일까지 시험을 거부하고 사태 추이에 따라 무기한 시험 거부에 들어갈지 확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의학계 정부 맹비난

하지만 무엇보다 정부가 한의학계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은 애매한 태도에 있다. 한의협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미국이 요구한 한의사 시장 개방 문제에 대한 논의 여부의 입장 표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최근 정부가 한약육성법 마련과 국립한의학전문 대학원 설립 계획까지 밝힌 상황에서 미국의 압박 제안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 아니냐”고 정부의 태도를 비난했다.

현재 한의협은 내년 1월로 예정된 6차 협상에서 미국의 한의사 시장 개방에 정부가 수용할 방침을 보일 경우 총력을 동원 저지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한의학계의 이같은 반발에 대해 정부는 “실제 협상에서 시장 개방이 논의되더라도 개방 가능성은 낮다”며 여전히 애매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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