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는 코스닥 기업이 최근 늘어나고 있지만 이런 사채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하락기 주가 낙폭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CB.BW 의존하면 주가 부담 = 4일 증권선물거래소의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중 올 상반기 CB.BW 발행 규모 상위 20개사의 상반기 고점 대비 6월30일 종가의 하락률이 평균 54.0%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의 고점 대비 하락률인 22.4%를 배 이상 웃돈 것이다.
이들 20개 기업 중 낙폭이 가장 큰 곳은 이즈온[046390]으로 상반기 고점 대비 79% 떨어졌으며 최근 부도 위기에 몰린 VK[048760]도 76% 이상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밖에 에이트픽스[036610], 현대아이티[048410], 엠에이티[080440], 디유하이텍[066430], 미디어코프[053890]도 고점 대비 65~75% 하락률을 보였다.

CB.BW 발행 잦은 기업은 = 올해 상반기 CB.BW 발행 규모가 가장 컸던 코스닥 기업은 대우건설 인수전 뛰어들었던 유진기업[023410]으로 상반기 중 국내외 2회의 CB 발행을 통해 총 696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온세통신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유비스타[036630]로 국내외 시장에서 3회의 CB 발행으로 661억원을 조달했으며, 코암나노바이오[060280](484억원), 디유하이텍(330억원), 이즈온(25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CB.BW 발행이 가장 잦았던 곳은 미디어코프[053890]로 두 차례의 해외 BW를 포함해 총 9회에 걸쳐 237억원어치를 발행했으며 굿이엠지[051530]가 4회, 유비스타를 비롯해 BIT네트웍스[032980], VK[048760], 덱트론[053070], 엘림에듀[046240], 가드텍[054150] 등이 각각 3회씩을 발행했다.

CB.BW 발행 증가세 = 지난해 하반기 주가 급등과 함께 급증세를 보였던 CB.BW 발행은 연초 이후 지속된 코스닥시장의 조정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도 증가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코스닥시장의 CB.BW 발행은 공시 기준 184건, 월 평균 30.6건으로 작년 상반기 83건, 월 13.8건에 비해서는 120% 이상 급증했으며 작년 하반기 190건, 월 31.7건에 비해서는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금액(권면총액) 기준으로는 1조267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3천217억원보다 210% 이상 크게 늘어났고, 작년 하반기 9천166억원에 비해서도 12% 이상 증가했다.

특히 최근 들어선 주가 급락으로 유상증자가 어려워지자 CB.BW를 통한 자금조달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 상반기 CB.BW로 자금조달을 한 코스닥 기업은 총 136개사다.

비우량사 많아 '주의' = 통상 CB.BW는 유상증자에 비해 수월해 특히 코스닥 기업들에게 경영 상황에 큰 구애를 받지 않는 유용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이용되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과 채권 장점을 동시에 살린 매력적인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발행 후 최소 1개월 뒤부터 주식으로 전환돼 유통될 수 있기 때문에 주가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며 최근처럼 주가가 급락할 경우 전환가격이 낮아지면서 전환 물량까지 따라서 늘어나는 악순환이 초래되기도 한다.

게다가 전환기간까지 여유가 있다 해도 투자자가 주식 전환 전 최대주주의 보유 주식을 빌려서 처분해 수익을 챙길 수 있도록 하는 대주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CB.BW 발행 기업의 주주들은 상시적으로 물량 부담에 노출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박정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CB나 BW로 적시에 자금을 조달해 경영난을 극복하거나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한다면 득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보통은 자금조달 여건이 불리한 비우량 기업들이 발행하는 경우가 많고 주가에도 나쁘기 때문에 해당 기업에 접근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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