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만두, 뇌졸중유발 감기약 방치, 납·기생충 김치 파문, 의약품 임상실험 조작 사건, 사상 최고의 급식사고와 원인규명 실패, 명퇴 직원 절반이 유관기관 낙하산…

불과 2004년부터 올해까지 2년 사이에 식약청이 이른바 '사고 친' 주요 사건들의 목록이다. 그저 뉴스가 된 사건 목록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온통 뒤흔들어 놓은 대형 사건들만 늘어놔도 이렇다.

'또 식약청이야?'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아무리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지만, 지금까지 다른 어떤 부처도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대형사고를 연이어 터뜨린 곳은 없던 것 같다.

이제는 식약청이 뭐라고 발표를 해도 의심 어린 눈으로 쳐다볼 만큼 이 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이처럼 식약청이 연이어 식품·의약품 안전사고를 야기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간단하게 무능, 경솔함, 나태, 무사안일, 방만함을 꼽아볼 수 있겠다.
식약청은 김치에 대한 수거 검사와 수차례 전문가 협의를 거쳐서 올해 초 김치의 안전기준을 0.5ppm으로 발표했다. 한 번은 먹어도 전혀 문제없다고 발표를 했다가, 이제는 먹으면 안 되는 수치란다.
제대로 모르면 발표를 말던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일단 사태를 무마하고 보자고 검증도 안 된 자료를 발표하는 무능과 경솔함이다.

뿐만 아니다. 중국산 김치나 국산 김치나 다르지 않은 종류의 기생충 알이 검출되었다. 그러나 중국산김치에서 발견되었을 때는 기생충 감염의 위험이 있다고 발표를 해 놓고, 나중에 국산김치에서도 검출되니 이제는 먹어도 문제가 없단다.

올해 급식사고에서도 3,000여명이 식중독 증세로 고통을 받고 도시락 파동과 결식학생 사태가 속출했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감염원인인 음식재료를 역추적해 찾아내는 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2003년의 대규모 식중독사고 때도 똑같은 변명을 하지 않았던가. 이런 고질적 늑장대응과 해마다 되풀이되는 무혐의 처분은 원인 규명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케 한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출혈성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는 페닐프로판올아민(PPA) 성분 함유 감기약의 위해성을 알면서 판매금지를 4년 가까이 지연시켰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으며, 2005년에 비싼 호텔에서 하룻밤 4700만원을 들여 혁신워크숍을 개최하고 명예퇴직자의 절반이 낙하산으로 유관기관에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나태함과 방만함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문제점들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면 무엇보다 식약청이 국민의 건강을 최일선에서 수호한다는 긴장감을 가지고, 국민의 입장에서 책임행정을 구현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지청 형태로 운영되면서 국민의 실질적인 필요와 욕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업체와 일부 전문가들의 논리에만 매몰되어 국민의 요구에 상응하는 책임행정이 이뤄지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는 보다 온 국민의 아픈 곳과 필요한 곳을 찾아서 해결해줄 수 있는 기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직원들의 화합을 도모하는 수준의 '혁신'이 아니라 과거의 구태를 벗어던지고 국민의 입장에서 국정을 운영하는 기관으로 태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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