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우리나라도 민주화 22년을 맞는다.

우리나라의 민주화도 이제 성년이 다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민주화가 성년이라 부를 만큼 성숙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선뜻 동의를 하지 않고 있다.

사실 너무나 진부하고 교과서적인 이야기일지는 몰라도 민주주의의 근본 목적은 인간의 존엄성 실현이다. 그리고 자유와 평등은 그런 민주주의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자유화니 자율화 같은 것이 진전됐다고 해서 민주화가 진전됐다고 볼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늘어난 자유가 얼마나 인간의 존엄성 실현에 기여하는 가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지난 22년 동안의 우리나라의 민주화는 올바른 방향으로 진전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여러 부문에서 자유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고 심지어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대통령 욕하는 것이 국민 스포츠로 여겨질 만큼 대통령을 욕할 자유가 거의 무한대로 허용됐었다.

하지만 적어도 본인이 보기에 지난 22년 동안 늘어난 자유는 인간의 존엄성 실현에 그리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

즉 지난 22년 동안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이나 강자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강화하고 배를 불릴 자유는 거의 무한대로 늘어난 반면 우리 사회 약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자유는 별로 늘어나지 못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대학 등록금이다.

사실 지난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우리 사회 각 분야를 철권적으로 지배했던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는 공·사립을 불문하고 모든 대학은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책정할 수 없었다.

등록금 책정권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었고 정부는 대학의 등록금 인상을 강력히 통제했다. 각 대학은 군사독재 정권의 서슬퍼런 위세 때문에 그런 정부의 통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어떤 이들은 군사독재 정권이 우리 사회를 억압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렇게 정부가 모든 대학의 등록금을 마음대로 책정할 수 있는 자유를 억압했기 때문에 적어도 본인이 보기에 당시에는 지금보다 가난한 집의 학생들이 대학교를 다닐 수 있는 자유가 몇 배 더 많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1987년부터 우리 사회에 민주화 바람이 세차게 불면서 우리나라 대학교들에도 학원 자율화 조치가 내려지기 시작했다.

말이 좋아 학원 자율화지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대학교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등록금을 폭등시킬 수 있는 자유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989년부터 사립대학교들은 자기들 마음대로 등록금을 책정할 수 있게 됐고 서민 정권을 표방하던 노무현 정권 시절인 지난 2003년부터는 국립대학교들도 자기들 마음대로 등록금을 책정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되자 서민 정권을 표방하던 노무현 정권 때부터 본격적으로 서민들의 자식들이 대학교에 다닐 수 있는 자유가 거의 말살되기 시작했다.

옛날에는 농촌 지역 학생들도 그 집의 소를 팔면 대학교를 다닐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으로는 어림도 없고 가난한 집의 학생들은 대학교에 다니면서 각종 학자금 융자를 받고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해도 폭등하는 등록금을 감당하기가 어렵게 됐다.

이러는 사이 각 대학교들은 마음대로 자기들 배를 불릴 수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혹자는 본인에게 “우리나라 국민들이 피땀 흘려 이룩한 민주화의 성과를 폄하하고 독재정권을 미화한다”고 비판할지 모르겠다.

그런 비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본인은 그 사람에게 이렇게 물을 것이다.

“그러면 모든 대학교들이 학생들로부터 등록금을 받을 자유조차 없는 프랑스나 독일은 독재 국가냐? 그 나라 대학교들은 정부의 억압에 신음하고 있는 것이냐?”고 말이다.

본인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모든 대학교들이 학생들로부터 등록금을 받을 자유조차 없는 프랑스나 독일에서는 가난한 집의 학생들이 대학교에 다닐 수 있는 자유가 우리나라보다 수십 배 많고 본인은 모든 대학교들에 등록금을 마음대로 폭등시킬 수 있는 자유를 무한대로 주는 우리나라가 프랑스나 독일보다 민주화가 진전된 나라라는 말을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투데이코리아 이광효 기자 leekhyo@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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