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물가는 일본보다 비싸고 알바시급은 절반 수준

이 수진기자
오랜 일본 유학을 마치고 올 3월말에 귀국한 기자는 비싼 서울 물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기자가 출국하기 전인 97년에는 버스요금이 500원이었다. 그후 일본에 온 유학생마다 자판기의 캔 커피 120엔에 벌벌 떨었지만, 언제부턴가 자판기 커피를 두려워않는 후배들이 생기긴 했었다. 그게 아마 2003년 즈음인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서울 물가가 비싼 줄은 몰랐다.

더구나 가장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할인 마트에 가보니 가격은 쌌으나 쓸데없는 지출을 강요했다.

예컨대 냉동만두는 10개 단위가 아니라, 100개 단위였고 그마저도 1+1이라 혼자 먹는 기자에겐 결국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

오랜 불황을 견뎌낸 일본에서는 뭐든지 낱개판매가 가능하다. 소비자가 원하기 때문이다.

두부 한모가 2000원을 넘는 데에는 황당하기까지 했다. 사실 일본도 비싼 건 그 정도 한다.

그러나 세계적 기준인 맥도날드 1시간의 시급, 즉 소득과 구매력으로 단순 비교한다면 한국은 일본과 비교해도 한참 비싸다. 내친 김에 스타벅스에도 가봤다. 일본서는 카페모카 S 사이즈컵이 320엔(한화 2500원선)이었는데, 한국은 3800원이나 했다.

청소하는 알바생을 붙잡고 시급이 얼마냐고 물어보았다. “저희 가게는 3500원부터 시작해요.”

알바생은 알바 구하려는 줄 알고 친절히 대답해주었다.

기자는 죄도 없는 알바생을 붙잡고 일본서는 스타벅스 시급이 800엔부터 시작하는 데 왜 한국 커피 값이 더 비싸냐고 물어봤다.

“잘 모르겠는데요? 근데 일본은 시급이 800엔이에요?”

고등학교를 갓 졸업했을 그 알바생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기자는 그저 같은 노동의 대가가 2배나 차이나는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물론 일본이 노동 강도가 더 세다는 점은 밝혀둔다).

그리고 무척 궁금했다. 그렇게 해서 생겨나는 이익은 누구에게 가는 걸까.

외국에 오래 살다보면 살고 있는 그 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기자가 듣기로 미국은 워낙 식료품이 싸서 하층민들이 굶어 죽을 걱정은 없다고 한다. (오히려 미국 하층민들은 비만으로 고생한다)

그리고 집값 비싼 일본은 시급이 비싸서 아르바이트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하다. 그러니 아무리 양극화가 세계적인 대세라 하더라도 미국, 일본의 하층민과 한국의 하층민 생활은 비교가 안 된다.

법정 최저임금도 잘 지켜지지 않고, 아르바이트로는 한달 내내 일해야 100만원 벌기도 힘든 게 한국이다. 사실 니트족이며 청년실업 문제도 한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한국 1인당 국민소득은 실제 통계에 잡히지 않은 부분을 감안하면 2만 달러가 넘어설 것이라는 지적도 일리 있다. 그러나 우리와 비슷한 대만이나 싱가포르 등을 살펴보아도 한국의 자본주의 시스템은 기득권층에 더욱 유리한 모순된 구조를 갖고 있다.

앞으로 최저 생활이 가능한 기반이 마련되지 않으면, 한국은 선진국 못잖게 빠른 고령화와 양극화로 인해 하층민뿐만 아니라 서민들까지도 쉽게 몰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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