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를 하루 앞둔 지난 23일밤 자정을 넘기면서 홍대입구역 양방향 대로변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택시를 타려는 승객도 많고 빈차도 줄을 이어 서있는데 서로 눈치보느라 손님은 타지 않고 택시기사는 손님을 태우지 않는 희한한 모습이 대로변을 따라 일렬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유는 택시기사가 장거리 손님만을 골라태우기 위해 행선지를 들어본 다음 목적지가 가까운 곳이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이면 승차거부를 하는 것이었고 시민들은 차창밖에서 행선지를 외치고 택시기사가 OK사인을 내야만 타는 것이었다.

결국 승차거부때는 30만원이라는 과태료가 부과됨에도 불구하고 택시기사들은 이를 비웃듯 거의 예외없이 모두가 당연한듯 횡포를 부리고 있고 시민들은 착해서인지 규정을 잘 모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택시기사들의 이같은 횡포를 묵인 조장해주고 있는 것이다.

최근 2호선 디지털단지역에서는 어느 한 주부가 승강장 한켠에서 어린 아들의 바지를 내리고 소변을 보게하고 있었다. 일부 몇사람이 기겁을 했지만 이 주부는 '어린아이인데 어때'하는 당당한 표정으로 오히려 주위를 둘러보기까지 했다.

보다못한 필자가 가볍게 주의를 줬지만 이 주부는 대꾸 한마디 않고 그 자리를 떠버렸다. 이 어린아이는 이런 엄마에게서 뭘 배울까.

식당에서 밥을 먹다보면 주위를 뛰어다니는 어린아이들이 많지만 이를 제지하는 부모는 많지 않은게 사실이다. 오히려 주의라도 주려고 하면 되레 큰소리다. 성장기 어린이들의 기를 왜 죽이느냐고….

교차로가 정체돼있어서 진입하지않고 기다리고 있으면 잽싸게 튀어나가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차의 앞으로 들어가는 얌체 운전자도 많다. 결국 그런 경험을 자주 당하다보니 운전자들은 교차로가 정체가 돼도 그냥 진입하기 일쑤고 결국 모든 차선이 엉켜서 꼼짝못하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얌체 운전자들 때문에 길은 더 밀리고 결국은 얌체족도 정체피해를 더 많이 받게 됨은 분명하지만 조금도 고치려 하지 않는다.

설계사의 화려한(?) 말에 넘어가 보험에 가입한 후 정작 사고가 나거나 질병에 걸리게 되면 보험사들은 어떻게 하면 보험계약자들의 불편을 해소해줄까보다는 어떻게 하면 한푼이라도 덜줄까 골몰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윤이 기업의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이 너무 없다는게 문제인 것이다.

대선의 계절이 돌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정당간 이합집산이 이뤄질지 생각해보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우리나라 정당의 수명은 선거주기에 따라 좌우된다. 단 한번의 승리를 위해 미래는 생각지 않고 이리저리 철새처럼 이동한다.

양대 정당제가 고착돼 설사 선거에 패배하더라도 정당이름을 바꾸거나 소속정당을 바꾸는 일없이 다음 선거에 대비해 차분히 유권자들과 접촉해나가는 미국등 정치선진국의 현실이 마냥 부럽기만 할 따름이다.

그런가하면 유명인사들의 잇단 대필 의혹, 한 대학교 총장의 논문 표절의혹 등 정신적 지도층 인사의 도덕적 해이도 만만치 않다.

사회전반에 걸쳐 기초질서는 실종돼가고 있고 오직 혈연 학연 지연에 의한 이기주의만 팽창해나가고 있다.

지도층 인사든 중산층이든 하층민이든 모두가 일면식없는 타인을 생각하는 여유로운 맘은 찾아보기 힘들다. 기껏해야 연말에 언론보도용 선심성 기부행위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헌법학에서는 제3자를 위한 기본권이란 말이 있다. 주거의 자유에는 자신의 주거공간이 침해당하지않을 권리도 있지만 또한 다른 사람의 주거공간을 침해하지 못한다는 뜻도 내재돼있다.

그러나 이 사회는 3자를 위한 기본권의 경우에도 오직 전자만이 강조되고 후자는 무시되기 일쑤다. 이젠 기본에 충실해야 할때다.

환율하락으로 뻥튀기 됐을 망정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가 도래하고 있고 무역규모도 세계12위권으로 발돋움했지만 정치의식 시민의식 만큼은 여전히 선진국과는 거리가 먼 현실을 빨리 타개하지 않으면 안된다.

본지는 이같은 현실을 직시, 새해부터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연중시리즈로 '글로벌 톱7으로 가는 길'을 준비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등 각분야의 이기주의 만연 현장 및 기초질서 실종사례를 낱낱이 고발하고 나아가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연재해나갈 계획인 것이다.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길은 경제발전에 있는게 아니라 제도 및 의식수준의 발전에 있다는 데에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임경오 / 투데이코리아 수석에디터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