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한미 FTA '태풍의 눈' 부상

한미 FTA협상단 대표, 웬디 커틀러(미국)와 김종훈(한국)

한미FTA로 금융시장이 전면 개방될 경우 국내 자산운용업과 보험업 분야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영세한 보험중개업 시장은 공멸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금융시장 불안요소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미FTA는 지난 5월 양국간 협상문 초안이 제시된 이래 지금까지 5차례에 걸쳐 협상이 진행되면서 상호간에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상황이며, 2007년 초에 제 6차 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미FTA 금융협상의 예상효과는 협상결과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금융부문에 대한 FTA의 충격은 다른 부문에 비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돼 왔다.

하지만 산업별로는 은행업에 비해 보험업 및 자산운용업에서 외국 금융회사와의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오규택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부문에서 한미FTA의 영향력은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지만 국경간 거래, 자산운용, 보험 일부 분야에서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증권사 보험사 경쟁력 취약

국내 증권회사들은 주요 선진국의 증권회사들에 비해 규모, 성장성 및 수익성 측면에서 뒤떨어져 있다.

국내 증권회사의 1사당 평균자산은 미국(158억달러)에 비해 1/10수준이고 미국 대형투자은행의 총자산은 국내 대형증권회사 총자산의 100배가 넘는 규모이다.

국내 증권회사들은 과당경쟁으로 지속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는 반면, 주요 선진국 증권회사들은 신상품 개발, 사업영역 확장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국내 증권사들은 위탁수수료가 전체 영업수익의 48.2%를 차지하는 반면, 미국 증권회사는 영업수익에서 위탁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16.5%에 불과하다.

미국 증권회사의 주요 수익원은 M&A 등 기타 증권관련 수익으로 총수익의 45.8%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보험사는 일반적으로 성장성, 수익성, 건전성 등의 측면에서 외국계 보험사에 비해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상태다.

수지차비율의 경우 국내 생보사가 57.3%인 반면, 외국계 생보사는 132.3%이고, 신계약률도 국내 생보사가 10.9%에 머물고 있는 반면, 외국계 생보사는 14.1%를 차지했다.

보험지급률도 외국계 생보사가 33.2%인데 반해 국내 생보사는 2배 수준인 62.6&에 달한다.

보험시장이 포화상태를 보임에 따라 성장성이 지속적으로 둔화되고 있으나, 국내보험사는 외국계 보험사와 같이 신상품 개발, 신시장 개척 등을 통한 신속한 대응이 아직까지 부족하다.

외형위주의 영업관행과 평가문화로 인해 수익성위주의 경영이 정착돼 있지 못하고 특히 양적팽창만을 추구한 나머지 보험사간 과열 출혈 경쟁이 초래되고 있는 상태다.

김헌수 순천향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보험산업 경쟁력이 취약하다”면서 “최근 미국 보험산업이 자산운용의 경쟁력을 가지고 시장개방이후 시장점유율을 잠식하고 있고, 향후 보험업 전면 개방시 영세한 우리나라 보험중개법인은 공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계 증권사 보험사 국내 시장 잠식하나

2006년 9월말 현재 국내보험사는 사무소 33개, 지점 7개, 현지법인 15개 등 총 55개의 해외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지만 대부분 사무소 위주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기엔 아직까지 초보단계이다.

반면, 주요 선진국의 경우 오래전부터 현지 지점 법인 설립 등을 통하여 신흥 성장지역으로의 보험시장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고, 정보 전문인력 등과 관련 체계화된 해외 인프라를 이미 구축한 상황이다.

특히 전문인력과 관련, 미국의 경우 보험사의 핵심인력인 보험계리사가 2만2362여명에 달하는 반면 국내는 342명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보험계리사가 전체 직원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미국이 평균 2~5%인 반해, 국내 보험사의 경우는 0.5%수준이다.

2005년말 현재 증권산업에 39개의 국내증권사(현지법인 4개사 포함)및 15개의 외국증권사 국내지점이, 자산운용업에 12개사가 영업 중이고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특히 인수 합병 등 수수료 수익이 높은 투자은행 업무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수탁고는 2001년 3.3조원으로 시장점유율이 2.1%에 불과했으나 2002년부터 대폭 증가해 2006년 1분기 현재 38.1조원으로 시장점유율이 17.1%에 달했다.

국내 보험산업은 대외개방과 더불어 외국계 보험사의 시장점유율이 급격하게 상승돼 왔다.

특히 외국계 생보사들은 신판매채널의 효율적 이용 및 신상품개발 등에 힘입어 2001년까지만 해도 8.6%에 머물렀던 시장점유율이 2005년에는 18.0%로 9.4%p 상승했다.

외국계 생보사의 시장점유율 상승은 향후 방카슈랑스의 확대 실시와 한미FTA 등의 영향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신제윤 재정경제부 FTA 서비스분과 대표는 “한미FTA 협상 금융부문은 국경간 거래가 기본 원칙이고, 기업중심의 개방이 가능하다”며 “대부분 보험상품에 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동현 국민은행 연구소 소장은 “한미FTA가 우리나라 금융부문에 미치는 단기적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지만 장기적 간접적으로 볼 때는 클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금융개방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해 FTA가 선진 금융기법 습득 및 금융시스템 선진화의 계기로 작용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보호 장치, 금융불안정성 예방장치 등 보완책 마련 및 규제감독체계 정비가 수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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