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 후계 구도 박차

2007년 정해년 국내 그룹사 경영진에 대한 일대 혁신이 진행 중이다. 수많은 그룹사들이 지난해 연말부터 대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한 것. 눈에 띄는 점은 예년에 비해 유난히 오너일가 2~3세 승진이 두드러진 점이다.

후계경영 구도의 가시화와 본격적인 가족 경영체제에 대한 강화가 시작된 것이다. 일각에서도 대선을 앞두고 규제 완화보다는 재벌개혁에 무게가 쏠리는 시점에서 나온 일종의 경영강화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재계 한 관계자는 “재계가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기업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며 “이를 촉진하기 위해 각 그룹이 젊은 2~3세들로 후계 구도를 정착시키는 분위기”라고도 분석했다. 하지만 IMF이후 재계에 정착됐던 전문경영인 체제 붕괴에 대한 우려도 크게 대두되는 상태다.

◆탄탄한 후계 구도 구축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현재 2세 경영체제 구축에 가장 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신세계 그룹이다. 지난해 5월 중국 이마트 진출 당시 “깜짝 놀랄 만한 세금을 낼 것”이라고 공헌한 신세계는 그해 9월 4,000억 원대에 달하는 증여세 납부 발표로 재계를 놀라게 했다. 급기야 11월 정용진 부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경영승계를 마무리 지었다.

이명희 회장의 장남으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외손자인 그는 올해 그룹의 신사업 진출과 함께 백화점 중흥을 시도하며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재계 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와의 묘한 경쟁심이 정 부회장을 자극 그룹 경영에 내포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정 부회장의 외삼촌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상무와는 사촌이자 동갑내기 친구로 경복고 및 서울대 동기동창 사이.

재계 관계자는 “국내 최대 그룹사 후계자인 이 상무와 종종 비교 될 수 있는 위치에 놓인 정 부회장이 본격적의 방향타 역할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표출해 낼 기회를 노릴 것”이라고 전했다.

정 부회장과 달리 '파격'으로 분류되는 인사도 눈에 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28일자 인사 단행을 통해 정지이 현대 유엔아이 실장(상무급)을 전무로 승진 발령했다. 입사 3년차 29살의 나이에 전무 승진은 파격을 넘어선 그 이상의 의미로 재계에 해석되고 있다.

현대그룹은 “정 전무가 실장으로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이 결정됐을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하

정지이 현대그룹 전무
고 있다. 하지만 재계는 정 전무의 모친인 현정은 회장이 당면한 현대상선 및 현대건설 문제에 대한 대응강화 일환으로 보고 있다.

정 전무는 부친인 정몽헌 회장 타계 전까지는 외국계 광고회사를 다니던 일반 샐러리맨이었다. 하지만 부친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지난 2004년 1월 현대상선 재정부 경력 사원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모친인 현 회장은 당시 정전무를 회사의 흐름을 가장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재정부에 배치해 단 시간안에 경영수업을 진행시킨 것. 이후 '시숙의 난' 등 숱한 경영권 분쟁 속에서 정 전무는 모친인 현 회장의 곁을 지키며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했다.

이외에도 현대백화점 정지선 부회장도 부친인 정몽근 회장이 건강상 이유로 명예 회장으로 물러나면서 사실상 그룹을 이끄는 수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초고속 승진 눈길

조원태 대한항공 상무보

현대와 마찬가지로 한진그룹도 2,3세들의 전면경영배치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99년 대한항공 대리로 입사한 조양호 회장의 장녀 현아(32)는 지난해 1월 상무보 승진 한 이후 불과 1년 만에 상무로 전격 승진되는 파격인사의 주인공이 됐다.

조 회장의 외아들인 원태(30)씨 역시 2004년 말 차장으로 입사한 이후 불과 3년 만에 상무보로 초고속 승진을 이루며 대권 승계에 대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외에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장도 입사 1년만에 전략경영본부 이사로 초특급 승진됐다.

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막내아들인 최창원 SK케미칼 부사장도 부회장 겸 대표이사로 승진 경영 전반을 관장하게 됐다. 최 부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

재계 총 본산으로 범LG가에 뿌리를 두고 있는 GS그룹과 LS그룹도 후계 구도 정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하단영역